♪~ ‘어쩌다 마주친 그대’를… 기막히게 부르는 무명가수 있나요?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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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 가요 환생 프로젝트 잇달아
트로트 피로감-문화계 복고붐 타고 7090가요 ‘재소환-심폐소생’ 활발
“트로트 바통 이은 새로운 황금알”… 일각 “방송사들 안전지향이 영향
창작자 아닌 ‘노래 기술자’만 양산”

레드벨벳 멤버 조이가 리메이크 프로젝트로 꾸민 첫 솔로앨범(왼쪽 사진)과 옛 히트곡들이 차트를 역주행하고 있는 SG워너비. 뉴시스
레드벨벳 멤버 조이가 리메이크 프로젝트로 꾸민 첫 솔로앨범(왼쪽 사진)과 옛 히트곡들이 차트를 역주행하고 있는 SG워너비. 뉴시스
‘혹시 귀사에 7080 가요를 기막히게 부르는 가수가 있습니까?’

‘신인 가수 A 씨가 1980, 90년대 가요를 잘 소화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떠세요?’

최근 알 만한 가요기획사마다 심심찮게 쏟아지는 방송사 제작진의 섭외 전화 내용이다. 옛 가요 ‘재소환’과 ‘심폐소생’ 움직임이 활발해진 데 따른 현상이다.

옛 가루슬 ‘심폐소생‘하는 움직임이 방송가에서 활발하다. 다음 달부터 KBS 2TV에서 방영하는 ‘우리가 사랑한 그 노래 새가수‘에는 심사위원으로 김현철, 강승윤 등이 참여한다. KBS 홈페이지 화면 캡처·Fe&Me엔터테인먼트·YG엔터테인먼트 제공
옛 가루슬 ‘심폐소생‘하는 움직임이 방송가에서 활발하다. 다음 달부터 KBS 2TV에서 방영하는 ‘우리가 사랑한 그 노래 새가수‘에는 심사위원으로 김현철, 강승윤 등이 참여한다. KBS 홈페이지 화면 캡처·Fe&Me엔터테인먼트·YG엔터테인먼트 제공
첫 타자는 KBS 2TV에서 다음 달 방송을 앞둔 ‘우리가 사랑한 그 노래 새가수’(새가수)다. ‘7090 레전드 가요 환생 프로젝트’를 기치로 내걸었다. 잘 알려진 옛 명곡을 기막히게 재해석하는, 덜 알려진 가수를 발굴하는 것이 목표다. ‘새가수’의 TV 광고에는 ‘어쩌다 마주친 그대’(1982년 송골매 2집 수록)가 흐른다. 심사위원으로 배철수, 이승철, 김현철, 거미, 강승윤, 솔라가 포진했다. CJ ENM 계열 채널에서도 옛 가요를 신선하게 리메이크하는 젊은 가수들을 뽑는 경연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그램 형식은 ‘새가수’와 대동소이할 것으로 업계는 예측한다.

가요계에서는 7090(1970∼90년대) 가요가 트로트의 바통을 이어받아 새로운 ‘금맥’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가요 리메이크 프로그램에 소속 가수를 출연하게 해달라는 제안을 받은 한 가요기획사의 대표는 “트로트가 근년에 향수를 자극하며 중장년층, 노년층을 공략하는 데 성공했다. 다만 방송사마다 유사한 프로그램이 난입하며 트로트 피로감이 쌓인 상황”이라면서 “7090 가요는 문화계 전반의 레트로 붐과 함께, TV 본방송을 많이 보는 연령층에 소구할 수 있는 좋은 아이템인 셈”이라고 말했다.

2000년대 복고 붐도 거세다. MBC ‘놀면 뭐하니?’의 ‘MSG 워너비’ 프로젝트의 인기가 대표적. SG워너비(2004년 데뷔)의 옛 히트곡인 ‘Timeless’ ‘살다가’ ‘라라라’까지 차트를 역주행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1996년생인 레드벨벳 멤버 조이는 지난달 31일 낸 첫 솔로앨범을 리메이크 프로젝트로 꾸몄다. 박혜경의 ‘안녕’(2003년), 해이의 ‘Je T‘aime’(2001년), 애즈원의 ‘Day By Day’(1999년) 등 밀레니엄 전후 인기곡을 재해석했다. 앞머리에 머리핀을 눌러 꽂은 앨범 표지부터 다분히 복고적이다. 허각은 인기 웹툰 ‘바른연애 길잡이’ OST에 포맨의 ‘고백’(2006년)을 실었다. 8일에는 1990년대생의 한 가수가 샵의 ‘내 입술…따뜻한 커피처럼’(2003년)을 리메이크해 깜짝 발표할 예정이다.

가요 홍보대행사 HNS HQ의 김교식 대표는 “뉴트로 붐의 지속, 예전 노래를 드라마 주요 장면에 많이 삽입하는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 2’ 방영(17일 첫 방송), 싸이월드 부활(7월)이 이어지며 올 한 해 가요 리메이크 붐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는 “방송사의 안전지향이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면서 “음악을 전면에 내걸었지만 창작자가 아니라 그저 노래만 잘하는 ‘기술자’만 양산한다는 점에서 아쉽다. 유사한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가운데 인정받는 장범준이 처음부터 스스로 만든 노래를 갖고 나왔다는 사실을 생각해 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무명가수#레전드 가요#환생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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