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기 “5·18 책임자들이 반성했다면 이런 영화 나오지 않았을 것”

김재희 기자 입력 2021-05-07 03:00수정 2021-05-07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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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공수부대원의 참회와 복수 그린 ‘아들의 이름으로’ 주연 안성기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에서 5·18민주화운동에 참여한 시민을 죽인 죄책감에 사로잡힌 전직 공수부대원 오채근을 연기한 배우 안성기. 엣나인필름 제공
12일 개봉하는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의 주인공 오채근(안성기)에게는 아들과 한 약속이 있다. 1980년 5월 18일 민주화를 외치는 시민들이 거리로 나온 날, 그들을 진압한 공수부대원이었던 자신의 과거를 고백하고 희생자의 가족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 5·18민주화운동에 관심이 많은 아들이 아버지의 과거 행적에 반감을 갖고 이런 요구를 했기 때문이다.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일환으로 채근은 당시 책임자 중 한 사람인 ‘왕년의 투 스타’ 박기준(박근형)에게 복수를 하기로 결심한다. 반성 없이 호의호식하며 살아가는 기준과 마주한 채근은 이런 말을 한다. “그 사람들한테 물어보고 싶어요. 어떻게 그렇게 편히 잘살 수 있었는지….”

배우 안성기(69)도 5·18민주화운동에 대해 채근과 같은 의구심을 품었다. ‘왜 잘못한 이들은 반성하지 않는가.’ 이는 출연으로 이어졌다.

6일 화상으로 만난 안성기는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고통은 남아 있다”며 “더 나은 미래로 가기 위해서는 이 영화처럼 가해자들이 반성하고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궁극적으로 서로가 화해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에 출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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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기는 출연료를 받지 않은 것에 더해 제작비를 일부 보탠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다. 이정국 감독은 제작발표회에서 “저예산 영화라 안성기 씨와 같은 대배우를 캐스팅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설마 해주실까’ 하는 생각을 갖고 대본을 전달했는데 바로 다음 날 ‘출연하고 싶다’며 연락이 왔다”고 밝혔다. 안성기는 “출연료가 없다는 걸 알았지만 시나리오에 진정성이 있었기에 제안을 받고 고민 없이 바로 출연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안성기에게는 5·18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두 번째 영화다. 그는 ‘화려한 휴가’(2007년)에서 진압군에 의해 가족과 친구를 잃은 이들과 함께 시민군을 결성해 사투를 벌이는 퇴역 장교 흥수를 연기했다. 채근은 흥수보다 훨씬 복합적인 인물이라 연기하기가 까다로웠다고 한다. 안성기는 “채근은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한 반성, 아들에 대한 미안함, 광주시민에 대한 감정까지 혼재된 인물이라 캐릭터를 표현할 때 절제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했다. 이어 “당시 책임자들이 반성하고 용서를 구했다면 이런 영화는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이기에 계속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에 출연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우 안성기는 “여전히 반성하지 않는 가해자들이 이 영화를 보고 무언가를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엣나인필름 제공
아들의 이름으로는 광주시민들과 함께 만든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의 70% 이상이 광주 현지에서 촬영됐다. 광주시 등은 촬영 장소를 무상으로 제공했고, 광주시민들이 영화에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 채근의 단골 식당 주인 할머니와 직원들이 그 예다. “영화를 하면서 이렇게까지 많은 일반인과 촬영을 한 건 처음이었다”는 안성기는 “그분들과 호흡을 잘 맞추기 위해 편안하게 해드리려 했다. 그분들 덕에 영화가 아마추어적인 것 같으면서도 사실감이 있고, 진실성이 돋보이게 만들어진 것 같다”고 했다.

1957년 고 김기영 감독의 ‘황혼열차’로 데뷔한 그는 지치지 않고 작품 활동을 하는 원동력으로 ‘여행을 떠나는 듯한 새로움’을 꼽았다. 그는 올여름 촬영에 들어가는 신현식 감독의 신작에서 치매에 걸린 딸을 둔 아버지를 연기한다.

“새 작품에 참여하면 늘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장소에 간다. 여행을 떠나는 느낌이다. 그 점 때문에 영화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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