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선배와 유치원생이 함께 등교… ‘한 지붕 두 학교’의 특별한 아침

최예나 기자 입력 2021-05-06 03:00수정 2021-05-06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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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첫 유초중 통합운영학교, 강동구 강빛초중이음학교 가보니
초중 연합 국악오케스트라 운영… 체육대회땐 선배들이 도우미 활약
학령인구 줄어 통합학교 증가세… 학생간 괴롭힘 있을까 우려 불구
교류하며 서로 돕는법 빨리 배워
서울 강동구 강빛초중이음학교 중학생들은 매일 아침 교문 앞에서 유치원 현관까지 유치원생 손을 잡고 데려다준다(위쪽 사진). 4일에는 초 1, 2의 어린이날 기념 소체육대회에서 도우미로서 여러 종목의 놀이 방법을 가르쳐줬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내 걸음이 빠르진 않지?”

4일 오전 서울 강동구 강빛초중이음학교에서 중2인 김경민 양(14)이 박서준 군(6)의 손을 꼭 붙잡고 물었다. 교문 앞에서 할머니와 헤어진 서준 군은 자원봉사자 누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어린이날 맞아서 벽화그리기 한다는데 재미있을 것 같아?” 교문에서 유치원 현관까지 걸어가며 김 양은 계속 말을 붙였다. 유치원에 도착한 뒤에는 서준 군이 실내화로 갈아 신는 것과 체온 측정을 하는 것을 도와줬다.

김 양을 비롯해 이 학교 중학생 25명은 매일 아침 정문에서 유치원 후배들을 맞고 손을 잡고 유치원 현관까지 데려다준다. 서울지역 최초의 유초중 통합운영학교로 올 3월 개교한 이 학교만의 특별한 봉사활동이다.

통합운영학교는 ‘한 지붕 두 학교’로,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등 급이 다른 학교가 시설·설비와 교원을 공동으로 활용하는 모델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이음학교’라고 부른다. 전국에 113곳 있는데 서울은 3곳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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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운영학교가 생긴 건 학령인구 감소 때문이다. 학생 수가 갈수록 적어지는 상황에서 각각 별도의 급별 학교를 운영하는 게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 서울도 학령인구 감소 추이가 빨라지면서 통합운영학교를 늘린다는 게 서울시교육청의 계획이다. 하지만 가장 큰 걸림돌은 초등학교 학부모들이 ‘중학생에게 자녀가 괴롭힘을 당하지 않겠느냐’고 우려하는 것이다. 기존 학교를 처음 통합하는 사례로 서울 마포구 창천초중이음학교가 추진됐지만 초등학교 학부모들의 반발로 지지부진하다.

강빛초중이음학교에서는 이런 걱정이 무색하게 중학생들이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을 돕는다. ‘등원맞이 봉사’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참여하는 중학생들은 유아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한 교육까지 받았다. 4일 최시양 군(5)이 마구 뛰어가자 봉사자 학생은 “넘어져. 손잡고 뛰자!”라며 쫓아갔다.

이날 중2와 초6 29명은 초1, 2의 어린이날 기념 소체육대회에 도우미로도 투입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거리 두기를 위해 14가지 경기종목이 체육관과 도서실, 복도 등 곳곳에서 진행됐는데 각 종목의 놀이방법을 가르쳐주는 역할이었다.

“이렇게 하면 실패야. 많이 넣으면 이기는 거야! 누가 먼저 시작할지 정하자. 가위바위보!”

병 앞에서 ‘투호’ 화살이 떨어지자 당황한 최이석 군(12)이 웃으면서 말했다. 분명히 동생들을 만나기 전에 수없이 연습했는데 쉽지가 않다. 하지만 최 군은 1학년들이 직접 해볼 수 있도록 능숙하게 이끌었다. 홍재영 군(12)은 큰 라켓으로 공을 튀기는 놀이를 한 뒤 진 팀에 “진 거 아냐. 진짜 잘했어. 한 명 한 명 열심히 했어”라고 말했다.

학교급이 다른 아이들은 서로 교류하며 도와주고 나누는 법을 스스로 배우는 모습이었다. 이날 소체육대회에서도 교사들은 나서지 않고 옆에서 지켜봤다. 중학교 이지영 교사는 “학교급이 다양하다 보니 아이들이 서로 도와주는 법을 더 잘 배울 수 있다”며 “앞으로 중학생들이 초등학생에게 책을 추천하고 읽어주는 활동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1학년 신소율 양은 “오빠와 언니들이 무섭지 않고 도와줘서 고맙다”며 웃었다.

강빛초중이음학교는 현재 초중 연합 국악오케스트라도 운영 중이다. 중학교 수업이 늦게 끝나는 탓에 토요일 오전에 모여 연습 중인데 12월에 발표회를 열 예정이다. 등원맞이 봉사는 내년에 초1까지 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다. 최창수 교장은 “학부모들도 아이들이 형님들과 친해질 수 있다며 좋아하고 믿어준다”며 “같은 울타리 내에서 생활을 오래 하는 게 장점이 돼 학생들의 학교 적응력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유초중#통합운영학교#초중이음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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