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처럼 간편하게… 앱으로 받는 '미래형 맞춤 치료'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입력 2021-05-06 03:00수정 2021-05-06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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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활용 '디지털 치료제'가 뜬다
가상현실-로봇-챗봇 기술 접목… 신경정신과 영역 중심으로 활용
국내선 근시 억제 기기 임상시험… 치매 환자 인지력 치료제 상용화
수술-약물 단점 극복 가능하지만 효과 검증-제도 정립 등은 '과제'
게임형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 중인 한 연구원이 치료제를 마치 게임을 하듯 사용하는 시범을 보이고 있다. 에스알파테라퓨틱스 제공
“집에서 앱 내려받아 게임만 한 것 같은데 질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다고요?”

최근 앱을 내려받아 간편하게 실행하는 ‘디지털 치료제(digital therapeutics)’가 의료계의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얼라이드마켓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디지털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18년 21억2000만 달러에서 연평균 19.9%씩 성장해 2026년 96억4000만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삼성서울병원, 365MC 등 각 병원에서도 디지털 치료와 관련된 연구소를 속속 개설하고 있다.

○신경정신과 중심의 디지털 치료제

디지털 치료제는 임상적인 근거를 기반으로 치료를 제공하는 소프트웨어다. 가상현실(VR), 인공지능(AI), 로봇, 챗봇, 웨어러블 등을 활용하는 차세대 치료법이다. 최근엔 앱을 뛰어넘어 디지털 치료제의 새로운 개념으로 ‘전자 약’도 등장했다. 전기와 초음파, 자기 등 자극을 기반으로 특정 부위와 다양한 표적 장기에 선택적으로 작용해 통증을 치료한다.

외국에서 디지털 치료제는 약물중독과 우울증 등의 신경정신과 영역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다. 2020년 미국에서는 마약중독 치료용 앱이 개발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처방 허가를 받았다. 그 외에 공황장애 치료용 앱, 암환자 관리용 앱이 속속 등장해 처방을 받고 있다. 일본에서는 금연용 앱이 일본 후생성의 급여 허가를 받아 현재 사용 중이다. 이 외에도 알츠하이머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등 신약 개발이 쉽지 않은 중추신경계 질환 분야와 식이·영양·수면·비만 등 생활습관 교정을 통해 치료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만성질환 분야에서도 디지털 치료제가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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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선 치매·근시에도 활용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전문가들과 함께 국내 디지털 치료기기 허가 심사 가이드라인을 작성해 배포했다. 이에 따라 디지털치료기기 기업들이 신속하게 연구개발에 돌입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이 가이드라인에 따라 에스알파테라퓨틱스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소아근시 진행을 억제하는 ‘SAT-001’ 디지털 의료기기의 임상시험 승인을 받았다. SAT-001은 모바일 앱에 탑재된 기능적 게임을 해 근시 진행을 억제하는 효과를 임상 중이다. SAT-001의 연구개발 총괄을 맡은 안과전문의 김명준 박사는 “우리나라는 청소년 근시 유병률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 중 한 곳”이라며 “현재 소아들을 대상으로 안전하게 근시 억제 임상 시험을 진행해 SAT-001의 효능을 입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 국내에서는 수면장애, 공황장애 등과 관련된 디지털 치료제 앱이 개발되고 있다. 5년 전부터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는 VR를 통해 무대 공포증을 극복하는 디지털 치료제를 활용하고 있다.

1월엔 치매 환자들의 인지력을 높여 주는 디지털 치료제인 로완의 ‘슈퍼브레인’이 식품의약품안전처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하면서 상용화되기도 했다. 슈퍼브레인은 현재 치매안심센터와 각종 병원을 통해 수백 명의 인지장애 환자에게 사용되고 있다. 슈퍼브레인을 개발한 로완 한승현 대표는 “올해 하반기부터 슈퍼브레인을 뇌중풍(뇌졸중)과 파킨슨병 환자에게 적용할 계획”이라면서 “장기적으로 미국 보건당국으로부터 승인받는 국산 1호 디지털 치료제가 되겠다”고 말했다.

○개발 프로세스 절차 개선 필요

의료계에선 이러한 디지털 치료제가 기존의 신약 개발, 유전자 연구를 넘어 만성, 난치성 질환으로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한국의 의료 및 정보기술(IT) 산업의 새로운 발전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많다. 수술이나 약물 치료의 단점을 제거한 ‘미래형 맞춤 치료’인 셈이다.

하지만 한계점과 극복해야 할 점도 적지 않다. 디지털 치료제의 효능을 입증하기 위해 치료 효과에 대한 명확한 데이터 마련과 검증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 때문에 보건당국에서도 아직 정립되지 않은 개발 프로세스 절차와 수가 적용 여부 등도 절실하다. 이와 관련해 보건 전문가들은 “디지털 치료법 개발의 중심에 있는 환자와 보건의료 전문가, 보건당국, 업체 사이의 지속적인 논의와 협조가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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