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대 엄마-50대 아들, ‘봄날’ 같은 동행 작품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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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낮엔 택배기사 밤엔 화가
노모는 82세에 그림 배운 ‘늦깎이’
“그릴때 가장 행복”… ‘생애 첫 봄’展

어머니 김두엽 씨(오른쪽)와 아들 이현영 씨가 지난달 전남 광양에서 열린 모자(母子) 작품전에서 잔잔한 미소를 띠고 있다. 한진택배 제공
어머니 김두엽 씨(오른쪽)와 아들 이현영 씨가 지난달 전남 광양에서 열린 모자(母子) 작품전에서 잔잔한 미소를 띠고 있다. 한진택배 제공
90대 노모와 50대 아들이 서울 중구 대한항공 빌딩 일우스페이스 전시장에서 30일까지 모자(母子)의 따뜻한 동행을 전하는 작품전을 연다. 주제는 ‘우리 생애의 첫 봄’. 전시된 작품 150점 가운데 100점은 어머니가, 50점은 아들이 그렸다.

아들 이현영 씨(51)는 서울 추계예술대 서양학과를 졸업했다. 서울 홍익대 앞에서 미술학원을 하다 2011년 고향인 전남 광양에 정착했다. 대한민국 미술대전에 입선했고 20여 차례 작품전을 가진 중견 화가다. 어머니 김두엽 씨(93)는 2010년 82세 때 입문한 늦깎이 화가다. 달력 뒤에 몽당연필로 사과를 그린 것을 본 현영 씨의 추천으로 뒤늦게 화가가 됐다. 초등학교 교육도 받지 못했고 그림은 배운 적도 없다. 평생 농사를 짓고 생선 장사, 세탁소 등을 하며 자식을 키웠다.

적지 않은 나이지만 어머니는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붓을 놓지 않을 정도로 열정적인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400여 점의 작품을 그렸는데 대부분 꽃, 어릴 적 집 등 동화 같은 풍경이다.

두 사람은 그림을 그릴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작품전은 현영 씨가 생계를 위해 택배기사로 일하며 작품 활동을 하는 것을 알게 된 한진택배가 지원했다. 어머니는 작품전에 맞춰 자신의 인생과 그림 이야기를 적은 ‘그림 그리는 할머니 김두엽입니다’라는 수필집을 냈다. 현영 씨는 지난해 5월 결혼해 지금은 행복한 봄을 보내고 있다.

광양=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봄날#작품전#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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