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대엽, ‘사법남용’ 재판부 6년 유임에 “이례적 인사 맞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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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후보 인사청문회서 소신발언… 김명수 ‘거짓말’엔 “퇴임후 평가”
국회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

천대엽 대법관 후보자(57·사법연수원 21기)가 2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올 초 김명수 대법원장이 단행한 법원 인사의 불공정성 논란에 대해 “이례적인 인사인 것은 맞다”고 답변하는 등 ‘소신 발언’을 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국회는 이날 천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보고서를 채택했다.

●“궁극적으로 대법원장 인사권 없애야” 소신 발언
천 후보자는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에서 특정 재판부는 유임되고 다른 재판부는 교체된 것에 대한 의견을 묻자 “서울고법에서는 회의를 통해 재판부 배치를 결정했는데,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어떻게 저렇게 됐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천 후보자는 “법관 인사의 공정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하냐”는 질문에 “절감하고 있다”면서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 인사권 총량과 재량권을 줄이고 궁극적으로는 없애는 것이 사법부가 지향할 목표”라고 덧붙였다.

천 후보자는 전 의원이 “대법관이 되면 김 대법원장에게 법원 인사 문제점에 대해 목소리를 낼 것인가”라고 묻자 “그렇게 하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한 전직 고위법관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판사라면 그 정도 답변은 당연히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김 대법원장의 올 2월 인사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사건을 맡은 윤종섭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에 6년째, 같은 재판부에 4년째 유임됐다.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한 법원에 3년, 같은 재판부에 2년 근무하는 것이 인사 관례다. 윤 부장판사는 지난달 “대법원장에게는 구체적인 재판사무의 핵심영역에 대한 지적 권한이 있다”는 논리를 펼치며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 중 첫 유죄를 선고했다. 반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건을 심리하던 재판부는 올 2월 박남천 부장판사를 포함해 3명 모두 교체됐다. 이 재판부는 관련 사건에서 지난해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특정 모임 출신 판사 요직 임명은 사법부 신뢰 저하”
올 2월 서울중앙지법 법원장과 수석부장판사가 모두 김 대법원장이 초대 회장을 지낸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으로 임명된 것에 대한 답변도 나왔다. 천 후보자는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의 “코드인사와 관련해 특정 모임 출신 판사들이 요직에 앉으면 사법부 신뢰가 떨어지느냐”는 질문에 “그런 일이 있다면 아까와 같은 (사법부 신뢰 저하) 우려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대법원장이 임명한 서울중앙지법의 성지용 법원장과 고연금 형사수석부장판사, 송경근 민사1수석부장판사는 모두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다. 법원장과 수석부장판사는 사무분담위원회가 논의한 법관의 재판부 배치 결과를 최종 결정한다. 성 원장과 고 수석부장판사는 ‘사법부 블랙리스트’ 사건의 진상조사위원으로 활동했다. 송 수석부장판사는 2018년 6월 법원 내부망에 “검찰이 (법원에 대한) 수사를 시작한다면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 퇴임 후 평가 있을 것”
김 대법원장의 ‘거짓말’ 논란에 대해서도 천 후보자는 답변을 피하지 않았다. 유 의원이 “김 대법원장의 거짓말이 사법부 신뢰를 떨어뜨렸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천 후보자는 “시민들이 생각하기에는 그런 부분도 하나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정동만 의원이 “대법원장이 (사퇴 등을) 결단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천 후보자는 “김 대법원장이 사과했는데, 사과가 충분한지 아닌지, (사퇴) 조치가 필요한지는 퇴임 후 평가가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홀어머니가 문방구 장사하며 삼남매 키워”
천 후보자가 지방세를 28차례 늦게 납부하고,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의 속도위반으로 과태료를 부과 받은 적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천 후보자는 “불찰은 모두 제게 있다”며 “2008년부터 주말 부부를 하며 주말에만 부산에 내려갔는데, 차량의 경우 각종 고지서나 우편물을 배우자가 부산 집에 거주하면서 전담해 특수성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천 후보자의 개인사도 조명됐다. 천 후보자는 “아버지는 미군 부대에서 허드렛일을 하다 제가 중학생 때 세상을 떠나셨고 어머니가 홀로 문방구 장사를 하며 삼남매를 키웠다”고 했다. 천 후보자는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근무할 때 월세 6만 원짜리 옥탑방에서 생활한 적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5일 공개된 공직자 재산공개자료에 따르면 천 후보자는 재산 총액이 2억7300만 원으로 공개 대상 고위법관 144명 중 가장 적은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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