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K, 성화봉송 중계때 “올림픽 반대” 구호 들리자 27초간 묵음 처리해 방송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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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사고’ 뒤늦게 알려져
“반대 여론 잠재우려해” 비판 쇄도

일본 공영방송 NHK가 도쿄 올림픽 성화 봉송을 중계하면서 일부 시위대의 올림픽 개최 반대 음성을 고의적으로 삭제해 논란이 일고 있다.

6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도쿄 올림픽 성화 봉송 온라인 중계방송을 주관하는 NHK가 성화 봉송 현장에서 올림픽 개최를 반대하는 시위대의 음성을 30초 가까이 삭제한 채 방송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일 오후 나가노현의 명소 젠코지(善光寺)에서 시내 중심가 방향으로 성화 봉송 주자들이 달리고 있을 때 인도에서 올림픽 개최 반대 집회 참가자들이 “올림픽 (개최) 반대” “올림픽은 필요 없어”라는 구호를 외쳤다. 당시 NHK의 온라인 특설 사이트에서 이 소리는 그대로 방송됐다. 그러나 항의 구호가 5초가량 들리고 난 후 갑자기 현장 소리 등 중계방송의 모든 음향이 꺼졌다. 소리가 들리지 않는 상황에서 약 27초간 영상만 방영된 것이다. 이후 음향은 다시 켜졌고 올림픽 반대 항의 구호는 들리지 않았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NHK는 “성화 봉송 주자에 대한 배려 및 여러 상황을 보고 판단해 대응했다”며 음성을 제거한 채 방송한 것을 인정했다. 여러 상황이 무엇인지를 묻는 마이니치신문 측의 질의에는 “인도에서 여러 소리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므로 그런 상황을 근거로 판단했다”며 정확한 답변을 피했다.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 측은 “중계 영상 건은 NHK의 소관”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1일 당시 거리에서 시위를 한 사람들은 1998년 나가노 겨울올림픽 때도 개최를 반대했던 ‘올림픽이 필요 없는 사람들의 네트워크’ 회원 11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NHK의 음성 제거 방송 중계에 대해 일본 내부에서도 올림픽 개최 반대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공영방송의 과도한 조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이론(異論)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처사” “NHK는 정부 홍보기관?” “중립, 공정하지 않은 NHK” 등 공영방송 NHK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무사시노(武藏野)대 마스모토 나오후미(舛本直文) 객원교수(올림픽 연구)는 마이니치신문에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성화 봉송 현장에서 티베트 독립을 주장하는 시위가 일어났고 당시 NHK는 이를 보도했다”며 “도쿄 올림픽만 유독 반대 의견을 내보내지 않는 것은 매우 부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nhk#도쿄 올림픽#성화 봉송#올림픽 반대#음성 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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