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자폐증 소년이 발견한 자연의 아름다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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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살 자연주의자의 일기/다라 매커널티 지음·김인경 옮김/300쪽·1만5000원·뜨인돌출판사

스웨덴에 그레타 툰베리가 있다면 영국 북아일랜드에는 다라 매커널티가 있다. 환경운동가이자 에세이 작가로 활약하는 저자는 자폐증을 겪는 15세 소년이다. 교실에서 친구들로부터 따돌림, 괴롭힘을 당하며 상처 속에서 방황하던 소년이 자연을 발견한 뒤로 이를 찬찬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가 풀냄새, 동물의 몸놀림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느낀 감상을 그만의 호흡으로 풀어냈다. 자연을 바라보는 동안 그는 잠시나마 마음의 평화와 위안을 찾았다.

글 자체만 본다면 일상을 담담하고 건조하게 적은 누군가의 일기장을 보는 듯하다. 다만 저자의 나이와 병세까지 고려한다면 그가 발견하고 적어 내려간 자연의 아름다움, 위대함은 꽤 뭉클하게 다가온다.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받았던 소년은 세상을 밀어내기보다 그가 푹 빠져든 자연을 닮아 되레 모두를 품는 듯하다. 섬세하게 기록한 자연, 환경의 모습 중에는 우리가 쉽게 떠올리지 못하던 통찰도 많다. “이 참나무가 생태계와 연결된 방식으로 우리도 참나무와 연결되어 있다면 좋을 텐데.”

각박한 세상에 지쳐 누군가 자연 속으로 황홀하게 몰입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싶은 이라면 이 책을 집어들 만하다. 그가 담담하게 쏟아내던 글 속에 내 번민과 지구의 고통까지 해결할 혜안이 나올지도 모른다. ‘방구석 자연 전문가’이던 다라 매커널티는 환경운동가로 거듭나는 중이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자폐증#자연#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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