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짓던 할머니, 4000만원 기부하고 하늘로

봉화=명민준 기자 입력 2021-03-05 03:00수정 2021-03-0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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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봉화에 거주하던 홀몸노인
익명으로 장학금 郡에 기탁
평소 형편 어려운 아이들에게
“절대 공부 포기하지 말라” 말해
“생전에 맛있는 것도 못 먹고, 해진 옷도 기워 입으면서 모은 4000만 원입니다. 할머니가 하늘나라로 떠나며 남긴 돈이에요.”

지난달 23일 경북 사단법인 봉화군교육발전위원회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자신을 승려라고 밝힌 뒤 “평소 서로 의지하고 지낸 한 할머니가 돌아가시며 4000만 원을 기부하겠다는 유언을 남기셨다. 이 돈을 할머니 말씀에 따라 어려운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봉화군교육발전위원회는 사흘 뒤 이 승려를 찾아가 기부금 4000만 원을 받았다. 기부자는 최근 지병을 앓다가 사망한 A 할머니(75)였다. 승려는 익명으로 기부금을 전달해 달라는 할머니의 뜻에 따라 이름과 사진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할머니는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났고 자녀 없이 혼자 봉화군 소천면에 작은 밭을 일구며 살았다는 것만 알려졌다. 봉화군교육발전위원회 관계자는 “할머니의 뜻이 세상에 전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에 공개 의사를 여러 번 여쭈었지만 한사코 거절하셨다. 기부금을 전달받을 학생들이 오직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마음인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땀 흘려 어렵게 번 돈을 허투루 쓰는 법이 없었다. 몹시 추운 날에도 난방비를 아꼈고 좋아하는 음식도 안 먹고 참아가며 돈을 모았다. 마을 사람들은 ‘왜 저렇게 아끼면서 살까’라며 궁금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에야 학생들을 위해 돈을 모았다는 사실을 알고는 마음이 애틋했다. 승려는 “평소 할머니는 동네 학생들을 유난히 예뻐했다. 집안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는 절대 공부를 포기하지 말라는 말도 자주 해주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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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항 봉화군교육발전위원회 이사장(봉화군수)은 “할머니의 일생이 고스란히 담긴 소중한 장학금 기탁에 감사드린다. 고인의 뜻을 기려 꼭 필요한 학생들에게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봉화군교육발전위원회는 해마다 1억 원 정도의 장학금을 봉화에 사는 학생들이나 지역 출신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봉화=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농사#할머니#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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