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경남공공병원’ 설립지 후보 발표 후폭풍

김경수 경남도지사, 진주로 확정 “공공의료 책임지는 거점병원 될것”
하동군-의사협회 등 철회 요구 “정치적 선택… 선정과정 밝혀야”
2023년 착공 앞두고 잡음 이어져

경남도가 가칭 ‘서부경남공공병원’ 건설 예정지로 진주시 정촌면 예하초등학교 일원을 결정하자 탈락 지역인 하동군이 반발하고 있다. 하동 출신 지방의원 등은 2일 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결정 철회를 요구했다. 경남도의회 제공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최근 ‘서부경남공공병원’ 설립 예정지를 발표한 이후 탈락한 지역에서 “잘못된 결정이다. 철회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치적 결정’ ‘사전 각본설’ 논란까지 제기되고 있다. 병원 설립에 앞서 이들에 대한 설득, 도민 공감대 형성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윤상기 하동군수와 박성곤 하동군의회 의장은 2일 50만 하동군 내외 군민 명의로 성명을 내 “문제투성이인 서부경남공공병원 후보지 선정 발표를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종합 분석에서 앞서는 하동군 진교면이 후보지에서 탈락한 이유와 서부경남공공병원을 진주에 설립하려는 배경, 후보지 선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동군은 이 병원을 진교면 진교리 일원 경남도 소유 터에 유치하기 위해 자체 타당성조사, 100억 원 이상의 군비 투자계획을 마련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진교리와 남해군 설천면 노량리 남해대교 노량주차장 부근 등 후보지 2곳은 탈락했다.

그 대신 병원 후보지 입지평가위원회는 진주시 정촌면 옛 예하초등학교 일원을 1순위로 선정했고, 김 지사는 지난달 26일 오후 이를 공표했다. 하동 출신 이정훈 도의원(국민의힘)과 하동군의원, 경남도의사협회 등도 반발했다. 이들은 “김 지사는 수도권 집중을 해소한다는 명분으로 ‘동남권 메가시티’를 추진하면서 정작 경남에서 또 다른 의료 불균형을 초래하는 결정을 내렸다. 정치적 고려가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주장했다.

후보지 선호도 조사, 후보지 현장 답사 등 일련의 과정에서도 객관성과 합리성이 크게 떨어지는 데다 의료기관이 많은 진주에 공공병원을 세우면 기존 2차 병원과 경쟁만 심화할 뿐이라는 설명이다. 이어 “김 지사가 서부경남에 필요한 공공병원 설립보다는 ‘진주의료원 부활’이라는 정치적 명분에 얽매여 미리 결론을 내려놓았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고 덧붙였다. 의사회 일부에서도 “공공의료 취약지역인 남해, 하동을 배제하고 진주로 결정한 것은 문제가 있다. 경남도의회 논의, 결정 과정에서 제동을 걸겠다”고 말했다.

반면 서부경남공공병원설립 도민운동본부는 “2013년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에 의해 강제폐업 된 진주의료원을 대체할 병원 설립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지혜를 모아 조기 설립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는 “서부경남공공병원이 우리나라 전체 공공의료 기관의 비중을 높이고, 의료시설과 인력의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서부경남공공병원 설립 예정지가 확정됨에 따라 ‘비정상의 정상화’ 차원에서 거론됐던 옛 진주의료원(현 경남도 서부청사)의 원상회복은 일단 물 건너갔다. 업무효율 저하, 공무원 불편을 수반하는 경남도 청사의 이원화도 고착화될 것으로 보인다. 2개 청사 유지는 김 지사 방침이기도 하다.

김 지사는 “단순히 진주의료원 복원이 아니라 진주 사천 남해 하동 산청 지역의 공공의료를 책임지는 거점병원이 될 것이다.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통해 서둘러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경남도는 2023년 착공을 목표로 잡았다. 설립 비용 1500억∼2000억 원에 300∼500병상 안팎으로 알려졌지만 유동적이다. 완공 연도, 최종 명칭 역시 미정이다.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변수가 생길지도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