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통합?… 나를 내려놓고 세상위해 헌신 ‘대봉공인’ 자세 필요”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입력 2021-01-25 03:00수정 2021-01-25 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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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종교인 인터뷰]〈4·끝〉원불교 오도철 교정원장
코로나, 물질 풍족속 큰 성찰 일깨워… 원불교 연기설중 ‘은혜관계’와 연결
‘비대면-온택트’ 새로운 가능성 열어
갤러리-공연장 프로그램 재개해, 시민과 문화적 즐거움 나누고 싶어
14일 서울 동작구 소태산기념관에서 만난 원불교 오도철 교정원장. 그는 “올해는 서로가 없어서는 살 수 없는 은혜의 관계임을 먼저 깨닫고, 세상 만물을 부처로 보는 우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고 있는 갤러리와 야외 공연장의 프로그램을 재개해 문화적 즐거움을 시민들과 나누고 싶다.”

원불교 교단행정을 책임지고 있는 오도철 교정원장(59)과의 인터뷰는 14일 서울 동작구 현충로 소태산기념관에서 진행됐다. 2019년 문을 연 이곳의 이름에는 교조 소태산(少太山) 박중빈(1891∼1943) 대종사(大宗師)의 호가 들어 있다. 1916년 소태산 창시 이후 개교 100년을 넘어 200년을 향한 원불교의 다짐을 읽을 수 있다. 1979년 출가한 오 교정원장은 교정원 기획실장, 중앙중도훈련원 부원장, 신촌교당 주임교무 등을 지냈다.

―한강이 한눈에 보인다.

“10층 업무동과 2층 규모의 종교동으로 나뉘는데 환경 문제를 감안해 옥상에는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 있다. 종교동에는 강연장과 공연장, 갤러리, 첨단 영상을 갖춘 명상실 등이 있다. 교도들만의 것이 아니라 지역민들과 함께하고자 하는 공간이다.”

주요기사
―신년사에서 서로가 없어서는 살 수 없는 은혜의 관계임을 먼저 깨달아야 한다고 했다.

“세계의 지성인들은 한목소리로 모든 생명체가 깊게 관계돼 있음을 강조해왔다. 원불교는 만물이 연관돼 있다는 연기설(緣起說)에서 특히 은혜의 관계를 중시한다. 교리 중에는 천지은, 부모은, 동포은, 법률은의 사은(四恩)이 있다. 전산 종법사(宗法師·원불교 최고 지도자)께서도 ‘아무리 어려워도 모든 인연을 부처로 모시고 집집마다 부처가 살게 되면 그곳이 바로 낙원’이라고 하셨다.”

―천지은은 무엇인가.


“지난해 지구상에서 호주와 미국 캘리포니아 화재를 비롯해 홍수와 가뭄이 이어졌다. 우리를 둘러싼 자연환경과 인간의 관계가 천지은이다. 사은에 대한 깨달음이 있고, 이에 보은해야 우리 사회와 인류 문명이 제대로 전개될 수 있다.”

―어려운 시기를 이겨낼 수 있는 마음가짐은 무엇인가.


“모두 함께 잘사는 세상이 되기를 기원해야 한다. 우리 공동체 사회 전체를 배려하는 마음이 커지길 바란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영성(靈性) 또는 마음공부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나.

“물질만능의 가치관과 경제적 불평등이 세계에 만연해 있다. 코로나 팬데믹은 겉으로 화려하고 풍족해 보이는 세상에 큰 성찰이 필요함을 보여줬다. 대종사께서는 100여 년 전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고 하셨다. 인류의 참다운 문명은 돈이나 물질이 아니라 보람과 공동체에 대한 기여에서 찾아야 한다. 비대면, 온택트의 세계는 새로운 가능성도 열어줬다. 일방이 아니라 쌍방향 대화가 이뤄지고, 지역적 한계를 넘어 세계 시민과의 소통이 가능해졌다.”

―독신을 의무화했던 여성 교무(성직자)들이 결혼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미 대종사님 당대에 결혼 유무로 차별받지 않도록 규정을 만들었는데 100여 년 전 한국 상황이니까 시행을 보류한 상태였다. 교단도 사람 사는 곳이라 의견이 많을 수밖에 없어 이번에 차별 금지를 법제화한 것이다.”

―최근 원불교 최초의 해외 종법사로 미국 종법사가 임명됐다. 어떤 의미인가.


“해외 교화활동에서 가장 활발한 미국 지역을 대표하는 종법사가 탄생했다. 13일 서울교구장을 지낸 죽산 황도국 종사(69)께서 미국 초대 종법사로 임명됐다. 미국 종법사의 임명은 국내에서 성장한 원불교가 세계 종교로 나아가는 발판이 될 거라고 본다. 추대식은 9월 12일 미국 뉴욕주 원다르마센터에서 열릴 예정이다.”

―한 교단에 여러 종법사가 있다는 것이 낯설다.

“교단 내에서는 ‘각국에 종법사가 있게 될 것이다’라는 대종사님 말씀이 전해져왔다. (전북) 익산 총부가 맏형이면 미국 총부는 아우 격이다. 익산 총부의 전산 종법사께서는 중앙 종법사가 될 것이다. 향후 생겨날 총부들은 발전에 따라 자치권한이 점차 늘어날 것이다. 그러면서도 교법(敎法)에 관한 판단과 종법사 임면권 등 중요 권한은 중앙 종법사께서 담당할 것이다.”

―우리 사회의 갈등이 위험한 수준이다. 진정한 통합을 위한 지혜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사심(私心)이 없어야 한다. 사회 지도자들은 나, 우리 회사, 우리 정당 등 나의 범주에서 벗어나 공동체의 관점을 가져야 한다. 하루빨리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중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는 대봉공인(大奉公人)의 자세가 필요하다. 일을 맡다 보면 사람의 눈이니 구분이 생기기도 한다. 그럴 때 내가 속해 있는 경계를 허무는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특정 정당에 속해 있지만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본래의 꿈과 목표를 되새겨야 한다.”

―연결되는 이야기인데, 지도자들에게는 어떤 리더십이 필요한가.

“여러 조건이 있겠지만 우선 말씀만이라도 덕스러우면 좋겠다. 그래야 선거 뒤에도 지혜를 나누고 힘을 합쳐 이 어려운 위기를 넘길 수 있지 않겠나.”

―마음공부나 법문 중 특히 되새기는 경전 구절을 들려 달라.

“개인의 분별이나 사적인 이익을 공익을 위해 비우는, ‘대공심 대공심(大空心 大公心)’이다. 원불교인에게 삶의 이정표를 제시한 3대 종법사 대산(大山) 김대거 종사(宗師·1914∼1998)의 가르침이다. 올해 신축년은 하얀 소의 해다. 원불교는 목우십도송(牧牛十圖頌)을 외는데, 소를 마음에 비유해 길들지 못한 검은 소가 길이 잘든 하얀 소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다. 마음 소를 잘 길들여 자신을 되돌아보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한다.”

●오도철 교정원장은
△ 1962년 전북 익산 출생
△ 원광대 대학원 행정학 박사
△ 1979년 원불교 출가
△ 1984∼1987년 원불교 대연교당 부교무
△ 1995년 교화연구소 과장
△ 2003년 교정원 기획실장
△ 2010년 중앙중도훈련원 부원장
△ 2013년 신촌교당 주임교무
△ 2018년∼ 교정원장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사회통합#원불교#대봉공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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