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지층만 쳐다보느라 국민통합 외면한 文 신년회견

동아일보 입력 2021-01-19 00:00수정 2021-0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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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문제에 대해 “지금은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올 초 제기한 이후 정치권의 뜨거운 쟁점으로 부상한 사면 이슈에 대해 결정권자인 문 대통령이 직접 선을 그은 것이다.

문 대통령은 “언젠가 적절한 시기가 되면 더 깊은 고민을 해야 할 때가 올 것”이라고 여지를 두면서도 국민 공감대 형성을 대전제로 내세웠다. 국민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것을 언제 누가 어떤 방식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건지 의문이다.

사면은 국민통합과 국격(國格)의 차원에서, 또 불행한 한 시대를 매듭짓고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에서 대통령이 지지층 반대를 무릅쓰더라도 정치적으로 결단해야 할 문제다.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나 내년 3월 대선 득실 차원을 넘어서 가능한 한 빨리 결단해야 할 사안이다.

민주당이 소속 단체장들의 성추행 사건에 따른 보궐선거에 ‘무공천’ 원칙이 담긴 당헌까지 바꿔 가며 공천키로 한 데 대해 문 대통령은 “헌법이 고정불변이 아니듯 당헌도 고정불변일 수 없다”고 옹호했다. 군색한 형식논리다. 해당 규정은 문 대통령이 2015년 당 대표 시절 정치혁신의 일환이라며 만든 것이다. 여당의 정략적인 결정을 따끔하게 지적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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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문 대통령이 “윤석열 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다” “(감사원의 원전 감사가) 정치적 목적의 감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등 레임덕 차단에 대한 고민의 일단을 드러냈지만 두 기관장에 대한 여권의 끊임없는 흔들기에 대한 비판과 자제 당부를 하지 않은 점도 유감이다.

문 대통령은 불통 논란에 대해 “어느 대통령보다 현장 방문을 많이 했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그러나 입양 아동 학대 문제를 언급하며 “입양을 취소한다든지 입양 아동을 바꾼다든지 하는 대책도 필요하다”고 말해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또 북한이 올해 핵무력 증강을 선언했음에도 김정은이 비핵화에 대한 분명한 의지가 있다며 여전히 일반 상식과 동떨어진 정세 판단을 이어갔다.

집권 5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문 대통령의 인식은 전반적으로 국민 전체보다는 지지층을 향했다. 문 대통령이 ‘진영의 대통령’이 아닌 통합의 대통령으로 자리매김하려면 무엇보다 지지층의 굴레부터 벗어나야 한다.
#문대통령#신년기자회견#사면#국민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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