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해-연꽃 핀 바다…’ 출간


함께 절을 찾은 어린 손녀가 부처님이 복 많이 받았으면 좋겠다고 축원하자 할머니는 그만 놀라고 말았다. 할머니는 오랜 세월 부처님께 절을 하면서 늘 복을 달라고만 했지, 복을 받으라고 빈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시 짓는 수행자로 알려진 도정 스님(52)의 신간 ‘향수해(香水海)’의 한 대목이다. 향수해는 화엄경의 연꽃 피는 향기로운 바다를 가리킨다. 스님은 경전의 한 구절과 함께 이 사연을 소개하며 “어쩌면 복을 비는 마음과 복을 빌어주는 마음의 갈림에서 과보(果報)의 갈림도 생기는 것 아니었을까?”라고 묻는다.
경전을 다룬 책들은 어렵기 마련이지만 이 책은 스님의 삶이 녹아 있는 안성맞춤의 에피소드를 통해 쉽게 전달된다. 기쁨 위로 사랑 외로움 신심 등 다섯 갈래로 구성됐다.
도정 스님은 경남 하동 쌍계사에서 원정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시 ‘뜨겁고 싶었네’로 등단했고 시집 ‘누워서 피는 꽃’, 산문집 ‘사랑하는 벗에게’, 경전 번역 해설서인 ‘보리행경’ ‘연기경’을 출간했다. 스님은 불교계에서 내로라하는 글꾼들이 모인다는 ‘월간 해인’의 편집장도 지냈다.
누군가 초등학교 4학년 아이에게 “네 꿈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아이는 바람처럼 구름처럼 살고 싶은 게 꿈이라고 대답했다. 한때 ‘바람처럼 구름처럼 살고 싶은 게 꿈인 녀석’으로 불렸던 그는 이제 이렇게 말한다. ‘중이 된 지금도 늘 바람처럼 구름처럼 살고 싶은 걸 보면, 나는 거지이거나 중이 될 싹수였나 보다.’
13일 통화한 도정 스님은 이런저런 질문을 던져도 반응이 시큰둥하다. “6년째 경남 산청의 비닐하우스에서 화목난로를 피우며 개 두 마리와 살고 있다. 자다가 새벽 한기에 깨기도 하는데 그러면 밤하늘도 보고 글도 읽는다. 부처님께 공부하며 살겠다고 발원했는데 불편함이 없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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