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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월드 클래스’ 손흥민과 ‘아메리칸 클래스’ 구영회[광화문에서/이헌재]

입력 2021-01-07 03:00업데이트 2021-01-07 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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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 스포츠부 차장
현재 최고의 한국인 축구 선수는 누구일까. 축구를 잘 모르는 사람도 쉽게 답할 수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에서 7번을 달고 있는 ‘슈퍼 소니’ 손흥민(29)이다.

손흥민이 골을 넣은 아침은 상당히 즐겁다. 전광석화 같은 움직임에 이은 멋진 골을 보노라면 출근길의 고단함도 잠시 잊을 수 있다. 손흥민은 2일 토트넘 통산 100호 골을 넣었고, 6일엔 유럽 무대 통산 150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그는 요즘 ‘월드 클래스’로 대우받는다.

그러면 현재 최고의 한국인 풋볼 선수는 누구일까. 미식축구가 ‘풋볼’인 미국에서는 한국 팬들에게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 주인공이다.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애틀랜타 팰컨스의 등번호 7번 ‘키커’ 구영회(27)다.

NFL과 한국 선수는 낯선 조합이다. 역대 한국에서 태어난 NFL 선수는 구영회를 포함해 4명밖에 되지 않는다. 한국 국적으로 NFL에 입성한 건 구영회뿐이다. 그는 초등학생 때 간호사인 어머니를 따라 미국에 갔다. 영어를 전혀 못해 혼자였던 그를 풋볼의 세계로 이끈 건 필연 같은 우연이었다.

풋볼이 뭔지도 잘 몰랐던 그는 쉬는 시간에 반 친구의 권유로 있는 힘껏 공을 찼다. 그런데 그 공은 그라운드를 가로질러 펜스를 훌쩍 넘어갔다. 그길로 그는 학교 풋볼 팀에 합류했고, NFL을 향한 꿈의 여정도 시작됐다.

이후 그의 풋볼 인생은 롤러코스터와 같다. 리지우드 고등학교와 조지아서던대 시절 발군의 활약을 펼친 그는 2017년 LA 차저스에서 NFL 무대에 데뷔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덴버와의 개막전과 마이애미전에서 잇달아 실축한 뒤 개막 4주 만에 방출됐다.

모두가 여기가 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NFL의 전설적인 키커였던 존 카니 코치를 찾아가 부족한 점을 메웠다. 꾸준히 실력을 갈고닦으며 기회를 기다렸다. 실전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신설된 AAF 리그에서도 뛰었다. 그는 2019년 가을 애틀랜타와 계약하며 NFL로 돌아올 수 있었다. 26번의 필드골 기회에서 23번을 성공시키며(성공률 88.5%) 가능성을 보였다

그리고 2020시즌 구영회는 말 그대로 만개했다. 39차례의 필드골 기회에서 무려 37번을 성공시켰다. 이번 시즌 필드골 전체 1위이자 득점(144점) 1위다. 특히 50야드 이상 거리에서 찬 8번의 필드골이 모두 골포스트를 통과했다. 이 같은 활약을 발판 삼아 그는 NFL 올스타라 할 수 있는 프로볼에도 선정됐다.

평범한 체격(키 175cm, 몸무게 84kg)의 그가 이룬 아메리칸 드림은 현지에서도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동양인들은 운동 능력이 떨어진다’는 선입견이 여전히 남아있는 미국에서 그는 실력으로 보이지 않는 장벽을 무너뜨렸다. ESPN은 “구영회의 성공은 한국 드라마와 BTS의 인기, 봉준호 감독의 오스카상 수상 등 최근 한국 문화의 폭발적인 성장과 궤를 같이한다”고 전했다.

두 슈퍼스타 손흥민과 구영회의 접점도 있다. 손흥민의 팀 동료이자 대표적인 골잡이 해리 케인이다. 케인의 오랜 꿈은 NFL에서 뛰는 것이다. 그가 뛰고 싶은 포지션은 바로 구영회가 맡고 있는 ‘키커’다.

이헌재 스포츠부 차장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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