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 뒤의 러셀 네트 너머는 얼어붙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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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승리 열쇠 ‘공포의 서브’
세트당 0.788개 성공, 압도적 선두
변화무쌍 구질로 1경기 8개 기록도
낯선 레프트 맡아 리시브는 불안

한국전력 외국인 선수 러셀은 올 시즌 서브에 있어서만큼은 최고의 창이다. 그의 서브 기록(세트당 0.788개)은 남자부 역대 두 번째로 높은 기록이기도 하다. 서브에 많은 회전을 주지 않으면서 공을 때릴 때 손을 바깥쪽으로 틀어쳐 상대 리시브 라인이 대처하기가 까다로운 구질을 만들어내고 있다. KOVO 제공
한국전력 외국인 선수 러셀은 올 시즌 서브에 있어서만큼은 최고의 창이다. 그의 서브 기록(세트당 0.788개)은 남자부 역대 두 번째로 높은 기록이기도 하다. 서브에 많은 회전을 주지 않으면서 공을 때릴 때 손을 바깥쪽으로 틀어쳐 상대 리시브 라인이 대처하기가 까다로운 구질을 만들어내고 있다. KOVO 제공
배구에서 상대의 리시브 라인을 뒤엎는 강력한 서브는 승리의 문을 여는 열쇠다. 그런 의미에서 V리그 남자부 한국전력은 올 시즌 가장 강력한 열쇠를 쥐고 있다. ‘서브의 달인’ 러셀(28)이 있어서다.

올 시즌 한국전력 유니폼을 입은 러셀은 5일 현재 세트당 0.788개로 남자부 서브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 KB손해보험의 케이타(0.570개)와 세트당 0.2개 이상 차이가 난다. 러셀은 지난해 12월 25일 삼성화재와의 경기에선 서브로만 8득점하기도 했다. 올 시즌 남자부 한 경기 개인 최다 기록이다.

러셀의 서브 기록은 V리그 전체에서도 역대급이다. ‘괴물’로 불렸던 삼성화재 그로저의 2015∼2016시즌(세트당 0.829개)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다. 시즌 전 한국배구연맹(KOVO)컵 대회 당시 러셀의 통역을 맡기도 했던 한국전력 센터 안요한(31)은 “러셀은 처음부터 서브와 중앙후위 공격에 자신을 보였다. 높이는 물론이고 파워까지 완벽한 서브를 구사한다”고 말했다. 최근 두 시즌 연속 최하위였던 한국전력이 5위로 중위권 싸움을 벌이는 것도 ‘콧수염 강서버’ 러셀의 역할이 크다는 평가다.

강력한 서브의 비밀은 변화무쌍한 구질에 있다. 러셀과 같은 오른손잡이 선수의 경우 리시브를 받는 입장에서 통상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공이 휘는 것과 달리 러셀의 서브는 막판에 다시 왼쪽으로 공이 휜다는 설명이다. 박순우 한국전력 전력분석관은 “야구로 치면 싱커와 비슷한 궤적이다. 러셀이 공을 때릴 때 손을 바깥쪽으로 트는 습관이 있다. 정확성 면에서 좋은 타법이라 하기 어렵지만 서브에서는 예측 불가능하다는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정 코스를 선호하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러셀은 다양한 코스로 서브를 구사해 상대로선 더 받기 까다롭다는 설명이다. 이에 한국전력은 최근 최대한 러셀에게 서브 기회가 많이 돌아올 수 있도록 전략을 손보기도 했다.

최천식 SBS스포츠 해설위원 역시 “서브에 회전을 많이 주기보다는 (회전 없이) 공을 밀어치는 스타일이다. 일반적인 궤도보다 공이 떨어지는 낙차가 크지 않다 보니 리시버들의 손보다는 가슴으로 향할 때가 많다. 대처하기 까다로운 서브다”라고 평가했다.

물론 고민도 있다. 주 포지션이 라이트인 러셀은 박철우(36)와 포지션이 겹치는 문제로 올 시즌 레프트 자리를 주로 맡고 있다. 레프트의 주 역할인 리시브에서 불안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한국전력은 최근 리시브 능력이 있는 센터 신영석(35), 안요한을 리시브에 가담시키며 러셀의 짐을 덜어주고 있다. 심지어 라이트 박철우도 리시브 훈련을 한다고 한다. “서브에 울고 웃는다”는 장병철 한국전력 감독은 과연 러셀과 함께 해피엔딩을 맞이할 수 있을까.

삼성화재, 선두 KB손보 3-2 눌러


한편 5일 남자부 6위 삼성화재는 선두 KB손해보험을 3-2(25-14, 21-25, 25-21, 17-25, 15-10)로 꺾고 4연패에서 탈출했다. 여자부 한국도로공사는 KGC인삼공사를 3-1(21-25, 25-17, 25-20, 25-14)로 이기고 3연패에서 벗어났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프로배구#라인#러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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