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에 울던 당구장 사장님, 프로 정상서 울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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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카드 챔피언십 우승 서현민
2006년 아마 데뷔했으나 단 1승
PBA 입문뒤 생계 위해 당구장
“상금은 코로나로 쌓인 부채 상환”

서현민이 4일 서울 메이필드호텔에서 열린 PBA투어 NH농협카드 챔피
언십 결승전에서 서삼일을 4-0(15-6, 15-12, 15-6, 15-11)으로 꺾은 뒤
두 팔로 큐를 번쩍 들며 기뻐하고 있다. 프로 첫 우승을 차지한 서현민은
“진짜 간절하게 우승을 원했기에 눈물이 났다. 당구장을 운영하고 있는
데 코로나19로 인해 영업이 어려워지면서 우승이 절실했다”고 말했다.
프로당구(PBA)투어 제공
서현민이 4일 서울 메이필드호텔에서 열린 PBA투어 NH농협카드 챔피 언십 결승전에서 서삼일을 4-0(15-6, 15-12, 15-6, 15-11)으로 꺾은 뒤 두 팔로 큐를 번쩍 들며 기뻐하고 있다. 프로 첫 우승을 차지한 서현민은 “진짜 간절하게 우승을 원했기에 눈물이 났다. 당구장을 운영하고 있는 데 코로나19로 인해 영업이 어려워지면서 우승이 절실했다”고 말했다. 프로당구(PBA)투어 제공
프로당구(PBA)에서 10번째 도전 끝에 처음으로 우승의 기쁨을 맛본 ‘당구장 사장님’은 감격의 눈물을 쏟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탓에 직접 경기장을 찾을 수 없어 집에서 TV를 통해 응원하던 두 딸의 모습이 대형 화면을 통해 비쳤다. 아빠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4일 밤 서울 메이필드호텔에서 열린 PBA투어 시즌 3차전 NH농협카드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서현민(39·웰컴저축은행)이다.

서현민은 이날 결승에서 서삼일(50)을 상대로 4-0(15-6, 15-12, 15-6, 15-11) 완승을 거두며 PBA 첫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그동안 우승 후보로 늘 주목받았지만 한 번도 정상과 인연을 맺지 못했던 서현민은 “진짜 간절하게 원했기에 우승 후 눈물이 났다”며 “결승전에서 ‘이건 결승이 아니다’라는 자기 최면을 걸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또 “경기가 끝나고 집에 도착한 시간이 새벽 1시가 넘었는데 가족들이 안 자고 나를 따뜻하게 안아 주더라”며 “가족들 생각이 많이 났는데, 무척 고맙다”고 말했다.

지난해 출범한 PBA투어에서 두 차례 기록한 5위가 자신의 최고 성적이었던 서현민은 잊지 못할 첫 우승과 함께 받은 상금 1억 원은 대출금을 갚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PBA에 집중하기 위해 충남 서천군에서 경기 남양주시로 이사한 그는 지난해 8월 서울 강북구에 생계를 위해 당구대 5개를 갖춘 소규모 당구장을 차렸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매달 300만 원가량 손실이 생기며 빚이 3억 원까지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서현민은 “2차 재난지원금 자격 조건도 되지 않아 지원도 받지 못하고, 오픈하자마자 손실이 계속돼 힘든 나날이었다”며 “코로나로 어려운 시기이지만, 준비하면서 기다리면 내게 찾아온 우승처럼 다시 봄이 찾아오리라 믿는다. 당구장을 운영하시는 분들에게 응원을 전하고 싶고, 빨리 코로나가 끝나 당구장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당구장 영업이 어려워진 게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기도 했다. 서현민은 “보통은 하루에 2, 3시간 개인 연습을 한 뒤 당구장 손님들과 게임을 쳐줬다. 하지만 손님이 줄어들면서 하루 6, 7시간 개인 훈련에만 집중했다”고 밝혔다.

2006년 당구 선수로 데뷔한 서현민은 대한당구연맹에서 활동하며 종합랭킹 10위 이내에 항상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데뷔 13년 때인 2018년에야 아마추어 무대에서 생애 첫 정상에 올랐을 만큼 오랜 세월 무관에 시달렸다. 당구계에서는 그런 서현민을 두고 “입상 경력이 많지만 이상하게 우승이 안 풀리는 선수”라고 평했다.

서현민은 “주변에서 항상 ‘우승 한 번은 해야 하지 않냐’ ‘우승을 왜 못 하냐’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었다”며 “이번 대회에선 128강을 힘겹게 통과한 뒤 ‘나는 이미 죽은 거다. 편하게 치자’라는 마음을 먹었는데 그 뒤로 오히려 경기가 잘 풀렸다”고 말했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
#프로당구#당구장#사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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