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자랑하는 중국산 백신, 임상 세부 데이터 공개해야[광화문에서/김기용]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4일 03시 00분


코멘트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을 인정하는 데 유독 인색한 나라가 한국이다. 중국산이라면 한두 수를 접고 들어간다. 중국에 살면서 중국 제품을 많이 쓰다 보니 더 잘 알게 됐다. 디자인이나 겉모양은 많이 좋아졌지만 세심함은 아직 떨어진다. 기대를 갖고 구입했다가 실망한 적이 여러 번이다.

그냥 물건도 이런데 몸에 주입하는 백신은 오죽할까. 지난해 마지막 날 중국 정부가 국영 제약회사 시노팜이 만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승인했다. 하지만 불안한 마음은 가시질 않는다. 중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에게까지 중국산 백신 접종을 강요하진 않을는지 걱정도 든다. 중국인들도 자국 백신에 대한 불신이 크다. 모든 주민 무료 접종을 시작한 홍콩에서도 “백신 선택권을 달라”며 중국산을 거부하는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중국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중국은 중국산 백신에 대한 임상시험 세부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디테일을 숨기는 것이다. 중국산 백신을 이미 구입한 아랍에미리트(UAE)나 브라질도 “중국 기업의 요청에 따라 세부 데이터를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중국 내에서는 이미 ‘긴급사용’이라는 명분으로 100만 명 이상이 접종했는데도 “심각한 부작용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의구심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

물론 백신에 대한 공포가 중국 제품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12월 AP통신과 미국 시카고대 연구팀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산 백신을 맞겠다고 응답한 미국인은 47%에 그쳤다. 절반 이상이 백신을 불신하는 것이다. 과학적이기로 소문난 이스라엘에서도 국민 3분의 1이 접종을 꺼린다는 조사도 나왔다.

이럴 때는 리더가 나서야 한다. 이런 불신을 뛰어넘기 위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 세계인이 보는 앞에서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다.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해 12월 21일 방송과 인터넷으로 생중계되는 가운데 화이자-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백신을 접종했다. 앞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도 공개적으로 백신을 접종했다. 민주당 소속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등도 공개 접종했다.

방역 선진국으로 꼽히는 이스라엘도 마찬가지다. 이스라엘 1호 백신 접종자는 네타냐후 총리, 2호는 보건부 장관이었다. 이후 미국과 이스라엘에서는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 화이자 백신에 대한 신뢰도가 상승했다.

중국은 어떻게 할 것인가. 답은 나와 있다. 이제라도 백신 세부 데이터를 공개해야 한다. 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산 백신을 먼저 맞는 것이다. 최고 지도자의 건강 문제에 민감한 중국 체제의 특성을 감안해 국가 권력 서열 2위 리커창(李克强) 총리나 3위 리잔수(栗戰書)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이 맞아도 좋겠다. 권력 서열 1∼7위의 중국 공산당 최고지도부 중 한 명이라도 먼저 공개적으로 백신을 맞는다면, ‘메이드 인 차이나’라도 기꺼이 맞을 수 있겠다.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kky@donga.com


#안전#중국산#백신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