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세 오스트리아 총리가 대한민국 청년에게…“변화에 나이는 중요치 않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입력 2020-11-30 03:00수정 2020-12-04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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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스퀘이크’ 젊은 리더십, 변화 이끈다]
<1>‘34세 최연소’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 인터뷰
세계 최연소 현직 국가수반 현직 최연소 국가수반인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는 한국 언론 최초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젊은 정치인 배출을 위한 사회 각계의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그가 수도 빈의 총리 집무실에서 각료들과 코로나19 방역을 비롯한 각종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정부 제공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한 세계를 위해 더 많은 젊은이가 정치에 참여해야 합니다.”

민주적 절차로 선출된 전 세계 현직 국가수반 중 최연소인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34·사진)는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기여하고, 변화를 가져오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일에 나이는 중요치 않다”며 청년들의 정계 진출을 독려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양극화, 기후변화, 테러 등 과거와 달라진 난제를 해결하려면 새로운 시각과 혁신적인 해법이 꼭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쿠르츠 총리가 한국 언론과 인터뷰를 가진 것은 처음이다.

쿠르츠 총리와 함께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40),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35) 등 세계 각국의 3040 국가수반은 ‘유스퀘이크(youthquake)’ 열풍을 이끄는 지도자로 꼽힌다. ‘젊음(youth)’과 ‘지진(earthquake)’의 합성어로 젊은 세대가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 각계에서 변혁을 주도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최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미 대선에서도 젊은층의 표가 결과를 좌우했다고 분석하면서 앞으로도 각국에서 청년 세대가 정계 변화를 좌우하는 일이 가속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세계 각국에서 기성 정치에 대한 불신과 반발이 거센 만큼 젊은 정치인의 득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주류 거스르는 결정 꺼리지 않지만, 세대간 대화-포용이 중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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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최연소 국가수반인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34)는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지도자는 분명한 비전을 가져야 한다. 그 비전이 주류를 거스른다 해도 결정을 내리는 일을 꺼리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젊은 지도자다운 자신감이 넘치는 발언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화합의 중요성을 간과하지 않았다. 그는 물리적 젊음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세대 갈등이 격화되고 연령주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점에 동의하며 “세대 간 대화와 포용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자신이 이코노미석을 즐겨 타는 이유 또한 사회 각계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기회라고 여기기 때문이라고 공개했다.

17세인 2003년 중도우파 국민당에 입당한 쿠르츠 총리는 2013년 유럽연합(EU) 최연소 외교장관이 됐다. 그는 2017년 12월∼2019년 5월 총리로 재직한 데 이어 올해 1월 재집권에 성공해 총리로 일하고 있다. 두 차례 모두 세계 최연소 총리였다. 그는 “나는 17세 때 정치를 하기로 결정했다. 아이디어와 비전을 공유하고 구현하는 것이 즐거웠다”며 세계 각국에서 청년 정치인 양성을 위한 사회 전체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오스트리아는 2007년 모든 선거의 투표 연령을 18세에서 16세로 낮췄다. 집권 국민당 또한 15∼35세 회원을 ‘젊은 국민당원(Junge ¨oVP)’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고 다른 정당 역시 비슷한 조직을 보유하고 있다. 정부는 각 정당의 청소년·청년 아카데미에 연간 1050만 유로(약 138억 원)를 지원한다.

쿠르츠 총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발한 위기를 기회로 바꿔야 한다. 오스트리아 역시 이 보건 위기를 친환경 기술 발전, 보건체계 강화의 계기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또 “개별 국가가 아닌 국제 협력이 중요하며 모두가 함께해야만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8월 연설에서 “오스트리아가 코로나19 사태 초기 발 빠른 대응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전염병에 대한 많은 경험과 정보를 지닌 국가들과 긴밀히 교류했기 때문”이라며 한국, 이스라엘, 스위스, 아랍에미리트(UAE) 등을 언급했고 이들 국가와 전략적동반자협약을 맺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한국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 그는 조만간 또 방문하고 싶다고도 밝혔다.

‘주류의 비판을 두려워하지 않는 과감한 결정’을 강조하는 쿠르츠 총리의 행보는 코로나19 대응과 연정 구성 등에서 잘 드러난다. 오스트리아는 올해 3월 국경을 맞댄 이탈리아 북부에서 코로나19가 창궐하자 유럽연합(EU) 국가 중 가장 먼저 이탈리아에서 오는 여행객 입국을 제한했고 이탈리아와의 국경을 폐쇄했다. 국내총생산(GDP)의 약 10%를 관광업에 의존하는 관광대국이지만 ‘국민 안전이 우선’이라며 강행했다.

또한 3월 말부터 상점 등 실내 방문 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개인자유 침해 우려 등을 이유로 대다수 유럽국이 올해 하반기에 마스크 의무화를 실시한 것에 비해 선제적 조치로 평가받는다.

쿠르츠 총리는 첫 집권 당시 국민당보다 훨씬 오른쪽에 있는 극우 자유당과 연정을 구성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하인츠크리스티안 슈트라헤 당시 자유당 대표 겸 부총리가 러시아 재벌과의 결탁 의혹으로 비판에 직면하자 즉시 자유당과 결별한 후 조기 총선을 실시했다. 4개월 뒤 총선에서 자유당과 정반대에 있는 강경 진보 녹색당을 파트너로 택해 재집권에 성공하는 과감성을 선보였다.

그는 재집권 이후 올해 초 전체 각료 18명 중 과반을 여성으로 채웠다. 국방장관에 사상 최초로 여성인 클라우디아 타너(50)를 임명했고, 법무장관에는 보스니아 출신 여성 무슬림 알마 자디치(36)를 발탁했다. 세르비아 내전을 피해 1994년 오스트리아로 건너온 자디치가 기독교 전통이 강한 오스트리아에서 법무 수장에 올라 큰 화제를 낳았다.

쿠르츠 총리는 유럽의 고질적 난제인 이민 문제도 ‘주류에 무조건 따르지 않아야 하는’ 사례로 들었다. 외교장관 시절부터 중동 난민이 유럽으로 들어오는 동유럽 ‘발칸반도 루트’를 폐쇄하는 등 강경한 반(反)이민 정책을 펼쳐 일각에서 ‘오스트리아의 트럼프’로 불리기도 했지만 자신의 뜻을 관철했다. 인구 880만 명의 오스트리아에는 2017년 기준 약 168만 명(19%)의 난민이 있다. 그는 인터뷰에서 “이민 정책으로 많은 비난을 받았지만 우리를 비난하던 많은 나라들이 이제는 오스트리아와 같은 노선을 걷고 있다”고 답했다.

낡고 고루한 이미지가 강했던 중도우파 국민당은 2017년 총선 당시 젊고 참신한 이미지의 그를 대표로 내세워 집권에 성공했다. 국민당의 지지율은 40%대로 10∼20%에 불과한 다른 당보다 월등히 높다. 금발, 뛰어난 대중연설 능력, 출장 때마다 이코노미석만 이용하는 서민 행보 등으로 ‘정계의 저스틴 비버’ ‘분더부치(Wunderwuzzi·물 위에서 걷는 사람)’ 등으로도 불린다. 10대 시절부터 연인이었던 동갑내기 교사 주자네 티어와 결혼을 계획 중이다.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
1986년 오스트리아 빈 출생
2003년 국민당 입당
2008년 빈대 법학과 중퇴
2008∼2012년 빈 시의회 의원
2013∼2017년 외교장관
2017년 5월 국민당 대표
2017년 12월∼2019년 5월 첫 집권
2020년 1월∼현재 두 번째 집권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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