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원장’ 몰아낸 교사…계란으로 바위 깬 사연들

  • 뉴시스
  • 입력 2020년 11월 15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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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갑질119 갑질 경험 수기 공모전 6편 수상
어린이집원장 갑질 맞서 위탁해지 이끌어내
'코로나 연차 강요' 맞선 대기업 직원도 수상
우수상, 개인사업자의 4대보험 가입 과정 등

“원장이 다른 교사에게 제 험담을 하고, 제가 자질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부당한 업무도 지시하고, 시간 외 수당도 지급하지 않았습니다”(국공립 어린이집 교사 A씨)

어린이집 교사 A씨는 국공립 어린이집으로 이직했다. 그러나 어린이집 원장으로부터 괴롭힘을 겪었다고 한다.

A씨가 근무하던 이전 직장에서 내부고발이 있었고, 일부에서 내부고발자로 A씨를 지목했다는 것이다. 원장은 ‘일부 연합회에는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그러니 잘해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이후 A씨는 “저를 채용하시는 게 어려우면 채용하지 않아도 된다. 학부모님과 원장님께 피해를 주고 싶지 않다”며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잘못한 것이지 신고한 사람이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후 원장의 괴롭힘이 시작됐다고 A씨는 전했다.

원장은 다른 교사에게 A씨에 대한 험담을 하고, 부당한 업무를 지시하고, 시간 외 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또 외부 교육 후 소요된 비용도 모두 교사에게 부담하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장은 ‘학부모들이 A씨가 자격이 없다고 했다’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다. 해당 학부모는 A씨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없고, 당황스럽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원장은 이 학부모에게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원장의 괴롭힘은 더 집요해졌다는 것이 A씨 주장이다. 원장의 신고로 A씨 등은 아동학대 의혹으로 경찰 조사도 받았다. A씨는 “경찰이 혐의가 없다고 말을 했지만 살면서 처음 겪어보는 괴롭힘과 아동학대로 경찰 조사까지 받은 저는 우울증 증세를 보였다”고 전했다.

A씨를 비롯한 교사들은 직장갑질119와 보육교사노조의 도움을 받아 원장의 부당한 지시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지역 시 의회에도 관련 내용을 제보했다. 이후 시의회는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행정감사를 실시했다.

A씨 등 교사들은 학부모에게 급식 모니터링도 요청했다. 급식이 부실하다는 취지다. 급식 상태를 확인한 학부모들은 탄원서를 내며 원장 위탁해지를 이끌어냈다고 한다.

현재 어린이집은 사회서비스원의 위탁을 받아 운영된다고 A씨는 전했다.

A씨는 이런 경험을 담은 수기를 직장갑질119에 냈다.

직장갑질119는 15일 A씨의 수기를 대상으로 선정했다. 이 단체는 “직장갑질119의 조력을 넘어 동료, 학부모, 지역사회와의 연대를 통해 원장 위탁해지라는 결론에 이른 감동적인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 단체는 이날 총 6편의 당선작을 공개했다. 우수상은 코로나 연차강요 갑질에 대응한 한 대기업 직원 B씨가 받았다. B씨는 지난 2월 ‘대구 방문자는 휴가를 실시하라’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휴가 사용 8일 만에 재택근무를 하게 됐다고 한다.

B씨는 대구에 가족들이 머물고 있었고, 타지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었다. 당시는 신천지발 코로나19가 대구 지역에 확산하던 시기였다.

B씨는 강제 연차를 사용하게 한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회사 인사팀은 ‘회사의 정책이니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이후 B씨는 직장갑질119의 도움을 받아 인사팀에 다시 메일을 보냈다. 강제 연차 사용이 부당하다는 법적인 근거 등을 담았다.

B씨는 “계란으로 바위를 치니 바위가 깨졌다. 아니 직장갑질119와 함께 하니 내가 바위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소하더라도 모든 경우에, 약자가 법을 앞세워서라도 본인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직장갑질119는 5인 미만 사회복지기관 직원이 센터장으로부터 폭언, 따돌림을 당한 후 직장 내 괴롭힘을 받기까지 과정을 담은 수기를 최우수상으로 선정했다.

또 공공기관에서 정규직 근로자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근로자의 노동조합 설립을 방해하는 취지 발언을 목격한 후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 한 직원의 수기도 최우수상을 받았다.

그 외 ▲개인사업자라며 4대보험 소급 가입을 거부한 회사를 상대로 피보험자격청구를 한 직장인 ▲직장상사의 컵을 닦고, 폭언을 들은 후 직장 갑질을 폭로한 중견기업 직원의 수기가 우수상을 받았다.

직장갑질119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된 지 벌써 1년4개월이 됐지만, 법의 한계를 보완하고 더 많은 노동자가 현장에서 갑질 문제 해결을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할 필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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