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장례, 가족장으로” 5일장 반대 靑청원 14만 돌파

  • 동아닷컴
  • 입력 2020년 7월 10일 17시 31분


코멘트

서울시, 장례 ‘서울특별시기관장’으로 5일장 밝히자,
“떳떳한 죽음이었다고 확신할 수 있느냐” 반대 청원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를 찾은 시민들이 조문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2020.7.10/뉴스1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를 찾은 시민들이 조문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2020.7.10/뉴스1
10일 오전 숨진 채 발견된 박원순 서울시장의 장례를 서울특별시장(葬)이 아닌 가족장으로 치러야 한다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이 14만 명 이상의 국민 동의를 얻었다.

청와대 청원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온 지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청와대의 답변 기준인 20만 명을 향해 빠르게 증가한 것이다.

이날 오후 5시 33분 현재 ‘박원순 씨 장례를 5일장, 서울특별시장(葬)으로 하는 것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은 14만1000명 이상의 국민 동의를 얻었다.

청원자 등의 주장은 박 시장의 사망이 안타깝고 성추행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지도 않았지만, 피해를 주장한 서울시 직원의 상황을 고려해 서울특별시장(葬) 아닌 가족장으로 조용히 장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청원자는 “성추행 의혹은 수사도 하지 못한 채 종결되었다. 화려한 5일장을 언론에서 국민이 지켜봐야하나”라며 “대체 국민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건가. 조용히 가족장으로 치르는 게 맞다”라고 주장했다.


서울시가 박 시장의 장례를 5일장인 서울특별시장(葬)으로 결정했다고 발표해 언론 보도가 나오기 시작한 건 이날 오전 9시경부터다.

서울시의 공식 발표가 나온 지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14만 명 이상의 국민이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치르는 것을 반대한 것이다.

“공무수행으로 인한 사고 아냐” “피해자 배려를”
박 시장의 사망에 안타까움만 드러냈던 일부 야당 의원들도 피해자의 입장을 고려해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장례를 치르지 말아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미래통합당 김기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고 박원순 서울시장님의 타계에 개인적으로 깊은 안타까움과 슬픔을 금할 수 없다”면서도 “서울특별시장으로 장례를 치러야 할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무수행으로 인한 사고도 아니며, 더 이상 이런 극단적 선택이 면죄부처럼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다”며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과는 별개로, 성추행으로 고통받은 피해자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세상이 고인의 죽음을 위로하고 그의 치적만을 얘기하는 동안 피해자는 보이지 않는, 또 다른 거친 폭력을 홀로 감내하게 될지도 모른다”며 “피해자에게 우리 사회가 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배려이자 의무”라고 밝혔다.

(서울=뉴스1) = 폐쇄회로(CC)TV에 잡힌 박원순 서울시장의 생전 마지막 모습이 공개됐다. 

언론보도를 통해 공개된 10~15초 분량의 CCTV 영상을 보면, 박 시장이 서울 종로구 가회동 서울시장 공관 근처 골목길을 걸어가는 장면이 나온다.

영상 속 박 시장은 등산복 차림으로, 남색 등산용 모자와 검은색 계열의 등산용 점퍼와 바지, 등산화 등을 착용했다.(SBS 캡처) 2020.7.10/뉴스1
(서울=뉴스1) = 폐쇄회로(CC)TV에 잡힌 박원순 서울시장의 생전 마지막 모습이 공개됐다. 언론보도를 통해 공개된 10~15초 분량의 CCTV 영상을 보면, 박 시장이 서울 종로구 가회동 서울시장 공관 근처 골목길을 걸어가는 장면이 나온다. 영상 속 박 시장은 등산복 차림으로, 남색 등산용 모자와 검은색 계열의 등산용 점퍼와 바지, 등산화 등을 착용했다.(SBS 캡처) 2020.7.10/뉴스1
피해자를 배려해 장례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의원도 나왔다. 정의당 류호정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모든 죽음은 애석하고, 슬프다. 유가족 분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면서도 “저는 조문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적었다.

이어 “고인의 명복을 비는 사람들의 애도 메시지를 보고 읽다. 고인께서 얼마나 훌륭히 살아오셨는지 다시금 확인한다. 그러나 저는 ‘당신’이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존경하는 사람의 위계에 저항하지 못하고 희롱의 대상이 되어야 했던 당신이, 치료와 회복을 위해 필요하다는 정신과 상담을 받고서야 비로소 고소를 결심할 수 있었던 당신이, 벌써부터 시작된 ‘2차 가해’와 ‘신상털이’에 가슴팍 꾹꾹 눌러야 겨우 막힌 숨을 쉴 수 있을 당신이 혼자가 아님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썼다.

그러면서 “어제 오늘의 충격에서, ‘나의 경험’을 떠올릴 ‘당신들’의 트라우마도 걱정”이라며 “우리 공동체가 수많은 당신의 고통에 공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덧붙여 2차 피해를 막을 안전한 환경 조성을 위해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