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음료 ‘집콕 희비’… 스낵-라면 ‘웃고’ 우유 ‘울고’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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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머물며 즐기는 과자류 불티… 오리온, 4월 中시장서 1000억 매출
농심, 2분기 이익 전년보다 3배 늘어…유제품업계는 급식 줄어 ‘고전’

오리온은 올해 4월 한 달 만에 중국 시장에서 1000억 원에 가까운 매출을 거뒀다. ‘오!감자’(현지명 야!투더우)와 ‘꼬북칩’(현지명 랑리거랑) 등 현지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식감을 극대화한 스낵 제품이 꾸준히 팔려나간 게 주효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국내외 경제활동이 대폭 위축됐지만, 집에 머물며 즐길 수 있는 일부 식음료는 호황을 맞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의 한가운데 놓였던 2분기(4∼6월) 식음료 업체들의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 ‘집콕’ 현상으로 스낵이나 라면, 가정간편식(HMR) 제품 제조사들은 급격한 경기 위축에도 선방한 반면, 학교 급식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유제품 업계는 그 영향을 고스란히 받았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오리온과 농심, CJ제일제당, 대상 등 식품기업은 올 2분기 전년대비 대폭 개선된 실적을 거뒀다. 오리온은 이 기간에 지난해 동기 대비 약 70% 늘어난 850억 원 안팎의 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이 회사 관계자는 “한국과 중국의 스낵 판매뿐만 아니라 베트남에 특화해 출시한 쌀과자, 양산 빵 등의 제품군도 빠르게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농심도 라면을 중심으로 역시 국내외 시장에서 선전하며 2분기 전년 대비 3배 이상 늘어난 400억 원 안팎의 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외식이 줄고 내식(內食)이 늘면서 자연스레 소비자에게 친숙한 브랜드 라면의 판매량이 늘어난 데다, 미국시장에서도 코로나19 영향에 영화 ‘기생충’ 효과가 겹치며 좋은 실적을 냈다. 증권가에서는 이 기간 농심의 미국시장 매출이 지난해 동기(674억 원)에 비해 25% 이상 늘어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 주류 제품도 이 기간 판매가 늘어났다. 업계에선 코로나19로 인한 전반적인 음주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하이트진로의 맥주 매출액이 전년 대비 15% 이상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1분기(1∼3월) 약 900억 원의 매출을 거둔 ‘테라’는 2분기에 1000억 원 넘게 팔려나간 것으로 파악된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지난해 3월 출시돼 인기를 끌던 테라가 ‘혼술’용으로도 잘 팔렸다”고 설명했다.

CJ제일제당, 대상을 비롯한 가정간편식 제조업체들도 ‘집밥’ 증가로 인해 호실적을 거둔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제품도 있다. 학교 급식의 비중이 작지 않은 우유가 대표적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제품 업계는 저출생으로 인한 분유 시장의 불황에 일선 학교 개학 연기가 겹쳐 고전 중”이라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식음료#오리온#농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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