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충제가 옳았다”… 대웅제약, 동물시험 통해 ‘니클로사마이드’ 코로나19 치료효과 입증

  • 동아경제
  • 입력 2020년 6월 5일 14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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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럿 시험 결과 항바이러스 효과 확인
3일째 폐 조직서 바이러스 완전 소멸
폐 조직 내 염증예방 효과 기대
경증·중증 등 감염 정도 모두 아우르는 치료제 개발
7월 임상1상 시험 신청·연내 허가 신청 목표
발표 내용만 보면 셀트리온 치료제보다 치료 속도↑
변수 많아 치료 속도 단순 비교는 의미 없다는 의견

페럿.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_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페럿.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_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대웅제약이 구충제 성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치료효과를 입증했다. 동물시험을 통해 항바이러스 효과를 확인한 것. 코로나19에 감염된 페럿의 폐 조직에서 3일 만에 바이러스가 완전히 소멸됐다.

대웅제약은 대웅그룹 자회사 대웅테라퓨틱스가 진행한 코로나19 치료제 ‘DWRX2003(성분명 니클로사마이드)’ 동물효능시험에서 뚜렷한 바이러스 감염 개선 효과를 확인했다고 5일 밝혔다. 이에 따라 추가적인 비임상시험을 진행한 후 다음 달 중 국내 임상1상 시험 신청(IND)을 추진하고 연내 코로나19 치료제 허가 신청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니클로사마이드는 구충제 성분으로 잘 알려진 물질이다. 한국파스퇴르연구소가 약물재창출로 코로나19 치료제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높은 수준의 항바이러스 효과를 확인했다. 대웅테라퓨틱스는 앞서 난치성 폐질환 치료제로 니클로사마이드를 연구해 왔으며 해당 연구·개발 노하우를 활용해 니클로사마이드 기반 코로나19 치료제 연구협력에 착수했다. 약물재창출은 혈장 치료제, 항체 치료제 등과 함께 가장 가능성이 높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방식으로 알려졌다.

이번 연구는 대웅테라퓨틱스와 충북대학교 의과대학이 공동으로 진행했다. 페럿(Ferret, 족제비)을 대상으로 한 체내 효능시험을 실시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패럿에 DWRX2003을 투여하고 정상군과 바이러스감염군, 시험군 등 3개 개체군을 각각 비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페럿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에 민감해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후보물질 효능을 평가하는 데 적합한 동물모델로 평가받는다.

연구 결과 바이러스 감염군은 감염 후 8일까지 콧물과 폐에서 바이러스가 지속 관찰됐다. DWRX2003이 투여된 시험군은 감염 후 4일차부터 대조군 대비 콧물에서 바이러스 역가가 유의적으로 감소했다. 특히 감염 후 3일차에 실시한 폐 조직 부검 및 바이러스 농도 측정 결과 폐 조직에서 바이러스가 완전히 제거된 것을 확인했다고 대웅테라퓨틱스는 전했다.

연구 결과 발표 내용만 보면 5일 만에 임상적 개선 효과를 확인했다고 한 셀트리온의 코로나19 항체 치료제보다 대웅테라퓨틱스 치료제 치료 속도가 빠르다. 다만 업계에서는 생체 대상 연구이기 때문에 다양한 변수가 있어 치료 속도를 단순히 비교하기는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다. 셀트리온 항체 치료제 동물효능시험에서도 페럿 컨디션에 따라 3일 만에 바이러스가 완전히 소멸된 개체가 나왔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추이 결과가 나왔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는 평가다.

또한 셀트리온 항체 치료제는 실험이 종료된 후 이뤄진 페럿 폐 조직 검사에서 미세한 염증을 확인했다고 했다. 반면 구충제 성분을 활용한 이번 연구에서는 폐 조직 내 바이러스가 완벽하게 제거되면서 염증성 사이토카인 분비가 억제돼 염증예방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대웅테라퓨틱스는 효능시험 후 폐 조직 내 염증 관련 분석은 현재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약물의 직접적인 항바이러스 활성에 의해 폐 조직 내에서 감염 바이러스 제거가 가능하고 동시에 감염에 의한 조직 염증 방지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게 대웅테라퓨틱스 측 설명이다. 여기에 경증과 중증도, 중증 등 다양한 수준의 코로나19 감염 환자를 모두 아우르는 치료제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대웅제약과 대웅테라퓨틱스는 지난달 DWRX2003을 공동으로 개발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해당 계약을 통해 연구와 개발, 및 해외 라이선스 아웃을 공동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개발 비용과 수익도 공동 분배한다. 특히 대웅테라퓨틱스는 DWRX2003에 대한 제조공정과 분석기술 관련 CMC 연구와 비임상연구에 주력하고 대웅제약은 임상연구, 허가, 제품 생산 등에 주도적인 역할을 맡는다. 현재 대웅테라퓨틱스로부터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및 생산을 위한 기술이 대웅제약 오송공장으로 이전된 상태로 임상용 샘플 생산이 진행 중이다.

전승호 대웅제약 사장은 “이번 동물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코로나19 치료제 DWRX2003의 임상시험을 연내 마무리하고 허가까지 빠르게 완료할 계획”이라며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국내는 물론 글로벌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석 대웅테라퓨틱스 대표는 “추가적인 동물모델 대상 효능시험 및 독성시험 등 비임상시험을 이어 나갈 예정”이라며 “대웅제약과 공동개발 협약이 완료된 만큼 글로벌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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