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Issue Highlight]4차 산업혁명 혁신 성패, 리더십 세대교체에 달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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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경계 상시 창조적 혁신 ‘K매니지먼트 2.0’시대로


김우중 전 대우 회장,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등 한때 우리 경제를 대표했던 거목들이 최근 수개월 새 차례로 영면했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급성장한 한국 기업 경영사의 한 시대가 막을 내리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이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차세대 젊은 리더들이 한국 대표 기업들을 책임지고 이끌어 나가야 한다.

그러나 상황은 좋지 않다. 한국 경제는 최근 4, 5년간 그동안의 추진 동력이었던 역동성과 글로벌 경쟁력을 급격히 잃어가면서 저성장 늪에 빠졌다. 기적적 고도성장의 기반이 됐던 한국형 경영 패러다임은 과거와 같은 고성과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전략과 시스템, 제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을 만들어 나가야 할 때다.

따라서 리더십 세대교체가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한국 경제의 성장을 주도했던 초대 경영자들의 한국형 기업 경영 패러다임이 ‘K매니지먼트 버전 1.0’이라면 새로 리더의 역할을 맡은 차세대 경영자들이 만들어내야 할 새로운 패러다임은 ‘K매니지먼트 2.0’으로 부를 수 있을 것이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3월 1일자(292호)에 실린 ‘K매니지먼트 2.0 시대’ 관련 기사를 요약해 소개한다.

○ 새 시대의 리더십

‘K매니지먼트 1.0’의 특성은 △신속한 규모 성장 △엄격한 상명하복 조직 △획일성과 농민적 근면성 등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후발주자인 한국이 100년 이상 뒤처진 한국의 산업화를 달성하기 위해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모델’을 선택한 것이다. 실제로 이 경영 방식은 한국을 고속 성장하게 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이 전략은 위기에 직면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블록체인 등 일련의 기술 발전이 촉발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리더는 직접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혁신을 선두에서 창출해야 한다. 사업이나 기술 간 경계를 넘나드는 융·복합화를 통해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경쟁 우위를 끊임없이 남보다 먼저 만들어내는 ‘무경계 상시 창조적 혁신’이 새로운 게임의 규칙이다. ‘K매니지먼트 1.0’과 전혀 다른 전략과 조직, 문화가 요구되는 것이다.

차세대 리더들이 주도할 ‘K매니지먼트 2.0’을 달성하기 위한 리더십 전략은 무엇일까. 크게 세 가지로 제안할 수 있다. 첫째, 원천 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에만 집중해선 안 된다. 조직, 인사, 재무, 회계, 생산, 유통 등 가치사슬의 모든 단계에서 360도 전방위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 아마존, 구글, 애플, 테슬라 등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혁신 경쟁력이 단순히 기술 그 자체에만 국한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둘째, 고객가치 창출을 중심으로 조직 내외부의 모든 역량과 자원들이 신속하고 유기적으로 결합되는 개방형 혁신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해진 규칙과 절차에 따라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하는 ‘농민적 근면성’으론 달성하기 힘들다. 조직원들이 제약 없이 상상하고 실험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절차나 규정만 남기고 나머지는 과감하게 제거한 스마트 문화가 필요하다.

○ 최고경영자가 ‘챔피언’ 돼야

이렇듯 ‘K매니지먼트 1.0’과 상반된 ‘K매니지먼트 2.0’을 달성하기 위해선 전략과 조직,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쉬운 일은 아니다. 불확실성이 높고 성과를 내기까지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조직 내부 저항에 부딪혀 실패할 확률도 높다. 이를 극복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하기 위해선 세 가지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새로운 패러다임을 실행하는 조직을 기존 조직에서 분리해야 한다. 이 두 조직이 서로 자원 및 권한 배분, 위상을 두고 경쟁하지 않도록 조직을 설계해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조직에는 완전히 다른 비전과 핵심 가치, 권한 배분, 의사결정 기준 및 프로세스를 적용해야 한다. 삼성전자가 혁신을 위해 2012년 C랩을 설립할 때 기존 삼성식의 관리 경영과 다른 원칙을 적용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둘째, 구성원들이 혁신 활동에 투자하는 자원과 시간, 노력을 강제적으로 할당하는 방법도 효과적일 수 있다. 이는 개인의 자율적 의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가 될 수 있다. 구성원들의 업무시간 중 20%를 혁신에 투자하도록 강제하는 구글의 ‘20% 시간규칙’을 예로 들 수 있다. 셋째, 최고경영자가 직접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의 챔피언이 돼야 한다. 새로운 패러다임은 조직 내 정치적 기반이 취약해 기존 패러다임 지지자들에 의해 매장당하기 십상이다. 리더가 직접 혁신의 지지자이자 참여자가 돼야 하는 이유다. 혁신 조직이 리더에게 직접 보고할 수 있는 보고체계를 만들고, 정례적으로 이들에게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CJ가 설탕과 조미료를 만드는 제조기업을 탈피해 미국 오스카상을 휩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제작할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새로운 시대는 우리가 알던 세계와 그 원리 자체가 근본적으로 다르다. 새로운 역량과 가치관을 가진 리더가 필요한 이유다. 이를 위해 한국 차세대 리더들은 미래 환경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는 깊은 통찰력을 갖추고, 시대에 맞지 않는 시스템과 문화는 과감하게 버릴 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는 조직원들에게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고 공유하는 것으로 완성될 것이다. 필자는 한국의 차세대 리더들이 시대적 소명을 이해하고 이를 성공적으로 완수해낼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신동엽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dshin@yonsei.ac.kr

정리=이미영 기자 mylee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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