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산업 지원시설 입주 저조한데… 또 인프라 확충?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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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지식산업센터 건립 추진… 영세 봉제업체 50여 곳 입주 계획
서문시장 주변과 멀어 실효성 논란

17일 대구 동구 봉무동 대구텍스타일콤플렉스 건물 외벽에 임대를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이곳의 상업시설과 업무시설 전체 입주율은 77% 수준이다. 박광일 기자 light1@donga.com
17일 대구 동구 봉무동 대구텍스타일콤플렉스 건물 외벽에 임대를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이곳의 상업시설과 업무시설 전체 입주율은 77% 수준이다. 박광일 기자 light1@donga.com

17일 대구 동구 봉무동 대구텍스타일콤플렉스(DTC). 지상 9층, 지하 2층 규모의 대형 건물 외벽에는 ‘임대’를 알리는 빛바랜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1층에 들어서자 은행 한 곳만 영업을 하고 있었고, 나머지 공간은 텅 비어 있었다. 2층도 마찬가지였다.

DTC는 대구시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역의 섬유산업 지원을 위해 1130억 원을 들여 지었다. 2015년 문을 연 이후 한때 입주율이 90%를 넘었으나, 현재는 77% 수준에 머물고 있다. 1, 2층 상업시설을 제외한 3∼8층 업무시설은 대부분 꽉 찬 상태다. 그러나 3층은 연합회가 사용하고 있고, 5, 6층은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이 입주해 있다. 9층은 뷔페식당이다.

업무시설 중 순수하게 기업이 사용하는 공간은 절반에 불과한 것이다. 이마저도 손해사정, 무역, 식음료, 사무기기 등 상당수가 섬유와는 동떨어진 업종으로 채워져 있다. 연합회 관계자는 “경기 침체로 DTC에 있던 섬유업체마저 방을 빼는 상황”이라며 “공실로 비워 둘 수 없어 업종 제한 없이 임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DTC에서 한 블록 떨어진 한국패션산업연구원 1, 2층에도 섬유업체를 위한 입주공간인 스포비즈 기업지원센터가 있다. 1층에선 봉제업체가 군납용 의류를 만드는 데 한창이었다. 그러나 2층의 절반은 텅 빈 상태다. 2층의 나머지 공간엔 입주기업이 있었지만 일하는 직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재봉틀과 원단, 완제품 일부만 탁자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이처럼 섬유산업 지원시설이 기업 입주가 저조하거나 설립 목적에 맞지 않게 운영되는데도 대구시가 또다시 관련 업종 지원시설을 짓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18일 대구시에 따르면 달서구 두류동 내당시장 일대 3000m² 터에 267억 원을 들여 지상 5층, 지하 1층, 연면적 7900m² 규모로 창업인프라지원 지식산업센터의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토지보상 절차를 밟고 있다. 이곳은 아파트형 공장으로 양말과 메리야스를 만드는 영세 봉제업체 50여 곳을 입주시킬 계획이다.

그러나 관련 업종이 밀집해 있는 중구 대신동 서문시장과 양말특화거리에서 직선거리로 각각 1.5km씩 떨어져 있어 사업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의 2017년 사업체 기초조사 통계에 따르면 지역의 봉제업체는 모두 1000여 곳으로 서문시장 주변인 중구 대신동과 서구 내당동 일대에 580여 곳이 밀집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와 유사한 실패 사례가 지역에 적지 않다. 영세 봉제업체 지원을 위해 만든 의류봉제지원센터가 대표적이다. 한국패션산업연구원이 2016년 45억 원을 들여 서구 평리동에 지상 9층, 지하 1층 규모의 건물을 사들였지만, 용도 변경과 입주기업 유치에 어려움을 겪다 올해 4월에야 겨우 문을 열었다.

당초 이곳도 기업 입주공간을 33m²씩 나눠 영세 봉제업체에 임대하려 했지만 모집이 여의치 않았다. 서문시장에서 직선거리로 2.2km 떨어져 있어 영세업체들이 외면한 탓이다. 결국 3차례 공고를 바꿔 규모가 큰 봉제업체에 대부분 1개 층(250m²)씩 임대했다.

대구시의회에서도 이런 문제가 지적됐다. 이만규 의원은 7월 19일 열린 대구시의 업무보고에서 “지식산업센터의 명칭부터가 양말과 메리야스 등 입주 업종과 맞지 않다”며 “대구시가 사업 계획을 처음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내당시장 주변에도 영세봉제업체 130여 곳이 밀집해 있고, 지식산업센터의 임대료가 주변 시세의 절반에 불과해 수요는 충분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박광일 기자 light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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