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고승영]인천공항 KTX, ‘뺄셈의 지혜’ 필요한 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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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고승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고승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코레일이 최근 부산과 광주 등에서 인천공항까지 오가는 고속철도(KTX) 운행을 중지해 달라는 신청서를 국토교통부에 제출했다. 인천과 대구 등 지역 언론에서는 이에 대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먼저 2014년 KTX가 인천공항으로 운행하게 된 계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서울∼인천공항 선로는 공항철도(AREX)를 운행하기 위해 만든 전철 전용 노선이다. 개통이 늦어지고 공항리무진버스가 전국적으로 자리를 잡으며 초기 이용객이 적었다. ‘공기 수송열차’라는 오명까지 얻었다. 그러다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와 맞물려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으로 KTX를 투입했다.

이제는 상황이 변했다. 인천공항 KTX는 제대로 된 접근 교통수단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하루에 편도 22회만 운행하는데 운행편수가 적으니 이용객도 적다. 속도도 느리다. 제대로 운행하려면 KTX 전용 선로가 필요하다. 막대한 투자와 시간이 소요된다.

차라리 KTX 운행을 중단하는 게 공항철도에 숨통을 틔워줄 수 있다. 운행편수를 늘릴 수 있어서다. 출퇴근시간대 계양∼김포공항 구간 최대 혼잡도가 175%이다. 평균 혼잡도도 110%가 넘는다.

KTX가 공항철도 선로를 이용하는 데 따른 장단점도 충분히 살펴봐야 한다. KTX는 공항철도 선로에서 최고 속도가 시속 150km에 불과하다. 또한 전력용량의 한계로 동시에 KTX 두 편을 투입할 수 없다. 고장이 나면 별도의 복구차량을 투입해야 한다. 인천공항 KTX가 운행을 중단하면 공항철도는 하루 운행횟수를 61회 증가시킬 수 있단다. 전국적으로 KTX 운행횟수도 더 늘릴 수 있다고 한다. 현재 수도권을 오가는 KTX는 입석 승객이 하루 4000명이 넘는다.

효율성을 생각하면 빈 좌석이 77%나 되는 인천공항 KTX의 운행을 중단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이 열차를 부족한 전국 운행으로 돌려 운행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효과적이다. 물론 환승에 따른 불편을 감내해야 할 기존 이용객의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

인천공항 KTX는 그동안의 운행 결과를 꼼꼼히 비교해 봐야 한다. 제공하던 서비스를 없애는 것은 쉽지 않다. 잘못 꿰어진 첫 단추는 알았을 때 빨리 풀어야 한다. 과감한 결단이 최선의 지혜가 되는 이유다.

고승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고승영#인천공항 kt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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