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후회를 피할것이냐 줄일것이냐… 당신의 선택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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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는 피해갈 수 없는 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세금이고 다른 하나는 죽음이다. 여기에 하나를 덧붙이자면 아마 ‘후회’일 것이다.

후회는 어떤 갈림길에서의 선택과 관련이 크다. 학문적으로는 크게 ‘예상 후회’와 ‘경험 후회’ 두 종류로 나눠볼 수 있다. 전자는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회한을, 후자는 현재 가고 있는 길을 선택한 것에 대한 뉘우침을 가리킨다.

그렇다면 후회라는 감정이 인지적 의사결정 과정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이와 관련해 미국 올드도미니언대 연구진이 최근 흥미로운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진은 4개의 공공 도서관에 무선주파수인식(RFID) 기술을 도입하는 프로젝트의 의사결정 과정을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실험 대상으로 삼은 4개 도서관 중 두 곳은 RFID 기술을 단계별로 도입하기로 했고, 한 곳은 한꺼번에 적용키로 했으며, 나머지 한 곳은 아예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연구진은 이 4개 도서관의 RFID 도입 프로젝트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한 핵심 관계자 45명을 인터뷰했다. 그리고 인터뷰 내용을 토대로 후회라는 ‘정서’적 요소가 정보기술(IT) 투자라는 논리적이고 계산적인 ‘인지’적 의사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어떤 이들은 RFID 도입 단계별로 예상되는 비용 대비 수익을 따지면서 의사결정을 내리는 행동을 보였다. 이는 전형적인 ‘예상 후회’ 전략에 해당한다. 앞으로 기대되는 후회를 최소화하려는 접근이기 때문이다. 반면 ‘경험 후회’ 전략을 택한 이들은 RFID 도입을 통해 거두려는 목표 수준을 낮춰 단계별 실패 부담을 줄이려는 행동을 보였다. 이전의 부정적인 성과로 프로젝트가 중단될 위기를 경험하면서, 사전 대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를 보인 것이다.

인간인 이상 사람은 어떤 결정을 하든 후회를 하기 마련이다. 중요한 건 어떤 후회 전략을 취하느냐에 따라 의사결정의 방향이 달라진다는 사실이다. 이 점을 직시해야 다양한 선택에 대해 그때그때 적절한 대응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한진영 중앙대 창의ICT공대 교수 han1618@cau.ac.kr
#후회#세금#죽음#선택#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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