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통도 테러 대비용… 시민 제보가 가장 큰 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2일 03시 00분


코멘트

美 최대 철도역 뉴욕 그랜드센트럴터미널 철저한 테러경계 현장

미국 뉴욕 맨해튼 그랜드센트럴터미널역에는 이스라엘에서 설계한 테러 방지용 쓰레기통 100여 개가 설치돼 있다. 마이크 매츠 
보안국장이 쓰레기통 뚜껑을 들어올려 약 6인치(15.2cm) 두께의 콘크리트 몸체를 보여주고 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미국 뉴욕 맨해튼 그랜드센트럴터미널역에는 이스라엘에서 설계한 테러 방지용 쓰레기통 100여 개가 설치돼 있다. 마이크 매츠 보안국장이 쓰레기통 뚜껑을 들어올려 약 6인치(15.2cm) 두께의 콘크리트 몸체를 보여주고 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미국 최대 철도역인 뉴욕 맨해튼 그랜드센트럴터미널엔 하루 75만 명이 오간다. 역사 지하엔 서울역의 3배가 넘는 44개 플랫폼에 67개 노선의 열차가 정차한다. 뉴욕시 지하철 3개 노선도 교차한다. 테러 위험이 늘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뉴욕경찰(NYPD), 메트로폴리탄교통공사(MTA) 경찰, 주 방위군이 이중, 삼중의 삼엄한 경계를 펼친다.

역사 내 시설물은 쓰레기통 하나까지 테러 위험에 대비해 만들어졌다. 지난달 말 렉싱턴가 그랜드센트럴 역사 출입구. 마이크 매츠 그랜드센트럴터미널 보안국장이 원통형 쓰레기통 뚜껑을 들어올리자, 두께 약 6인치(15.2cm)에 무게 400파운드(181kg)인 콘크리트 쓰레기통의 속살이 드러났다. 매츠 국장은 “휴지통 내부의 폭발물이 터질 때 파편이 위로 솟구치도록 몸체를 두꺼운 콘크리트로 제작했다”며 “이스라엘에서 설계한 이 테러 방지용 쓰레기통이 역사에 100개 넘게 설치돼 있다”고 말했다.

역사 보안팀이 가장 신경 쓰는 건 ‘임자 없는 짐’이다. 유럽 등의 세계 대도시에서 발생한 대형 테러가 짐 속에 숨긴 폭발물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경찰과 군인이 순찰을 돌고 폐쇄회로(CC)TV 카메라로 역사를 실시간으로 감시하지만 역사와 승강장, 열차를 일일이 감시하긴 쉽지 않다. MTA는 2002년부터 ‘If you see something, say something(뭔가를 발견하면 얘기해주세요)’ 캠페인을 시작해 시민 참여를 유도했다. 취재 도중에도 수시로 ‘수상한 물건을 발견하면 신고하라’는 안내 방송이 반복됐다.

MTA엔 연간 12만 건의 제보가 접수된다. 시민 제보는 사소한 것 하나도 흘려보내지 않으며, 의심스러운 물건이 발견되면 기차를 세우고 승객을 내리게 한 뒤 수색하기도 한다. MTA의 이 캠페인이 성과를 내자, 미 국토안보부는 이를 2010년 국가 캠페인으로 확대했다.

시민들의 활약은 제보에만 그치지 않는다. 역사 화재에 대응하는 자원봉사 소방대가 활동하고 있으며 화생방 테러에 대비한 유해물질긴급대응기술(HEAT)팀 전원은 시민 자원봉사자로 구성돼 있다. 이 같은 시민 참여는 다른 나라에는 없는 뉴욕만의 독특한 시스템이라는 게 MTA 관계자의 설명이다.

테러 방지를 위한 첨단기술도 도입하고 있다. 1200대의 열차마다 CCTV 카메라가 12대씩 설치돼 있다. 2013년 운전원의 조작 미숙으로 대형 사고가 발생한 뒤 설치됐다. 이 카메라는 기관차에 탑승한 엔지니어들의 운전 조작을 모니터링하고 객차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기록하는 ‘블랙박스’ 역할을 한다.

직원 출입증의 디자인과 색깔은 1년마다 바뀐다. 테러범이 신분증을 위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출입증에 보안 수칙이 깨알같이 적힌 안내문을 끼우고 다녀야 한다. 여기엔 총을 가진 테러범이 나타나면 ‘Run-Hide-Fight(뛰고 숨고 싸워라·먼저 최대한 멀리 피하고, 달아날 수 없으면 몸을 숨기되 최후의 순간엔 맞서 싸우라는 것)’ 원칙 등 위기의 순간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요령이 담겨 있다. 매츠 국장은 “사이버 테러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며 “최근에도 사이버 테러 위협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한편 뉴욕경찰은 최근 바르셀로나 테러 사건 이후 도심에 차량 돌진을 막는 시멘트 기둥, 차량 번호 판독기 등을 설치하며 그랜드센트럴터미널 등 주요 공공시설물에 대한 경계를 강화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테러#미국#그랜드센트럴터미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