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종 대신 아이 생명 구한 사진기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9일 03시 00분


코멘트

시리아기자, 알레포 테러 현장서 사진촬영 뒤로하고 인명 구조

15일 시리아 알레포의 버스 테러 현장에서 사진작가인 아브드 알카데르 하바크 씨가 다친 어린이를 안고 뛰어가고 있다. CNN 홈페이지 캡처
15일 시리아 알레포의 버스 테러 현장에서 사진작가인 아브드 알카데르 하바크 씨가 다친 어린이를 안고 뛰어가고 있다. CNN 홈페이지 캡처
희대의 특종을 남길 수 있는 처참한 테러 현장에서 취재 대신 인명 구조에 앞장선 한 시리아 사진기자의 사연이 화제다. 주인공은 시리아에서 사진기자이자 인권활동가로 일하는 아브드 알카데르 하바크 씨.

18일 CNN에 따르면 하바크 씨는 15일 126명이 숨진 시리아 북부 알레포의 피란민 버스 폭탄 테러 현장에 있었다. 사망자 중엔 어린이가 80명이나 포함됐다. 당시 폭발의 충격으로 잠시 혼절했던 그는 이내 정신을 차렸다. 눈앞에는 아비규환의 생지옥이 펼쳐져 있었다. 하바크 씨는 CNN에 “끔찍했다. 바로 눈앞에서 수많은 아이가 울음이 뒤범벅된 비명을 지르며 죽어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바크 씨의 선택은 사진이 아니라 인명 구조였다. 그는 촬영을 뒤로하고 동료들과 함께 부상자를 찾아 나섰다. 처음 다가섰던 아이는 안타깝게도 이미 숨진 상태였다. 하바크 씨가 다른 아이에게 다가가자 어떤 사람이 “(그 아이는) 이미 죽었다”고 소리쳤다. 자세히 살펴보니 미세하게 숨을 쉬고 있었다. 아이를 냅다 두 팔로 들쳐 안고 구급차를 향해 뛰었다. 급박한 상황에서도 영상 촬영 중인 카메라를 놓지 않았다. “아이는 6, 7세밖에 안 돼 보였습니다. 그 아이는 내 손을 꼭 잡고 나를 올려다봤습니다.”

추가 테러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벌어진 하바크 씨의 용감한 행동은 동료 사진기자의 카메라에 그대로 담겼다. 하바크 씨를 촬영한 동료 무함마드 알라게브 씨는 “나 또한 아이들을 구조한 뒤 카메라를 잡았다”며 “구조 책임을 다한 사람들의 모습을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사진기자#특종#테러#시리아#인권활동가#아브드 알카데르 하바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