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리는 초저금리 시대… 주요국 이젠 ‘돈줄 죄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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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금리인상 폭풍]유럽-中도 금리인상 카드 ‘만지작’… 양적완화 프로그램도 축소 전망

 미국 금리 인상을 시작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경쟁적으로 돈을 풀던 세계 주요국이 잇따라 ‘돈줄 죄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유럽중앙은행(ECB)은 8일 통화정책회의에서 내년 4월부터 월별 자산 매입 규모를 800억 유로(약 99조2000억 원)에서 600억 유로로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을 검토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시장에선 사실상 돈줄 죄기 신호탄이란 해석이 나왔다. 영국은 당장은 어렵겠지만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여파가 예상보다 크지 않고 물가가 올라 금리 인상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최근 대립각을 세운 중국의 런민은행도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본다. 중국에서는 위안화 가치가 급락해 자본 유출이 심해져 외환보유액이 11월 말 현재 3조520억 달러(약 3570조8400억 원)로 5년 8개월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왕타오(汪濤) UBS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성장률 목표치를 달성할 것으로 본다. 정부는 부동산 거품을 제어하기 위해 통화정책을 긴축적으로 쓸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국은 기준금리를 내리거나 돈을 찍어내는 양적완화 정책을 밀어붙였다. 기준금리를 내려 자국 통화가치를 낮추면 외국으로 수출하는 물품 값이 떨어져 통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내 시장에 돈이 풀리면 얼어붙은 시장이 활력을 찾을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당시 선진국의 돈 풀기 경쟁이 지나쳐 2010년 주요 20개국(G20) 정상이 모여 “돈 풀기를 자제하자”며 환율전쟁 중재안을 마련할 정도였다.

 이제 미국이 금리 인상을 본격화하며 초저금리 시대는 변환기를 맞았다. 주요국은 줄줄이 금리를 올리거나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줄일 것으로 전망된다. 달러화 가치가 계속 오르면 상대적으로 다른 국가 통화가치는 지나치게 낮아져 투자자들이 빠져나가고 불안심리가 확산된다. 대규모 외채를 짊어진 신흥국은 빚 부담에 허덕일 수밖에 없다.

 15일 국제금융센터와 국제결제은행(BIS)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신흥국 외채는 약 6조9000억 달러(약 8073조 원)로 이 가운데 70%가 달러표시 채권이다. 달러값이 오르면 그만큼 빚 상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신흥국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하면 경제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염려한다.

 자국 화폐가치가 최근 한 달간 10% 넘게 폭락한 터키를 비롯해 폴란드,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가장 먼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08년 이후 외화표시 채권 발행을 큰 폭으로 늘린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도 강(强)달러 위험에 노출된 국가로 분류된다.

조은아 achim@donga.com·이건혁 기자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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