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이긴 희망의 선율… 파독 광부-간호사 “우리 닮았네” 눈시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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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교향악단 ‘한빛예술단’, 파독 50주년 행사서 교민들 울려

3일(현지 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잘바우티 투스포룸 강당에서 열린 파독 간호사 50주년 기념음악회(프랑크푸르트 제2회 한국의 날 문화대잔치)에서 한빛예술단이 교민 600여 명 앞에서 공연하고 있다. 한빛예술단 제공
3일(현지 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잘바우티 투스포룸 강당에서 열린 파독 간호사 50주년 기념음악회(프랑크푸르트 제2회 한국의 날 문화대잔치)에서 한빛예술단이 교민 600여 명 앞에서 공연하고 있다. 한빛예술단 제공
 1960, 70년대 조국의 경제 발전을 위해 독일로 건너간 파독 광부·간호사들이 3일(현지 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특별한 손님을 초대했다.

 프랑크푸르트 지역 한인회와 파독 간호사가 정착 50주년 기념행사를 열면서 한국의 시각장애인 교향악단인 ‘한빛예술단’을 초청해 음악회를 연 것이다. 공연은 원로 교민과 유학생 등 6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프랑크푸르트 노르트베스트의 잘바우티투스포룸 대강당에서 열렸다. 장애를 보는 편견을 뛰어넘고 수준 높은 연주 실력까지 갖춘 한빛예술단 단원 28명은 저마다 손에 익은 악기를 들고 낯선 이국에서 험난한 역경을 이겨 내고 오늘에 이른 원로 교민들을 위해 클래식과 팝음악을 연주했다. 모국어가 통하지 않는 고장에서 ‘내 마음의 아리랑’이라는 곡이 울려 퍼지자 교민들이 울컥했다.

 올해 초부터 행사를 계획한 박선유 재독한인총연합회 회장(67)은 이번 공연에 각별한 의미를 담고자 했다.

 1975년 간호사인 아내를 따라 독일로 건너온 박 회장은 “어려운 환경에서 모진 고난을 이겨 내며 1960, 70년대 경제 주역이 됐던 파독 간호사와 광부들의 이야기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라고 했다. 이 무렵 서독으로 파견된 광부와 간호사는 각각 7900여 명, 1만여 명에 이른다. 이들이 고국에 보낸 외화는 가난했던 대한민국의 경제 발전에 밑거름이 됐다.

 올해는 1966년 첫 파독 간호사가 독일에 온 뒤 50년이 지난 시점이어서 그 의미가 더 특별했다. 박 회장은 동료 교민들과 후손들에게 이런 자부심을 일깨워 줄 수 있는 행사를 고민하던 중 우연히 10년 전 국내 최초 시각장애인 교향악단으로 시작한 한빛예술단의 이야기를 듣고 이들을 초청하기로 마음먹었다.

 박 회장은 “역경을 이겨 내고 주위의 어려운 분들에게 희망의 빛을 비추는 모습이 이곳 교민들과 비슷하다고 느꼈다”라고 말했다. 반세기 전 낯선 문화의 어려움을 극복한 교민들의 사연이 한빛예술단과 닮은꼴이라고 본 것이다.

 재독한인총연합회 관계자가 올해 초 한국에 들러 김양수 한빛예술단장에게 이 같은 취지를 전하자 김 단장도 흔쾌히 응했다. 김 단장은 “우리가 비추는 밝은 빛이 독일까지 전해졌다는 사실에 가슴이 먹먹했다”라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한빛예술단의 바이올린 연주자 김종훈 음악감독(47)에게 의미가 남달랐다. 1994년 독일 베를린음대에서 유학 생활을 한 경험 때문이다. 선척적인 고도 약시로 현지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지만 교회에서 만난 파독 간호사에게서 지속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현지 병원을 안내받는 등 도움을 받은 따뜻한 기억이 남아 있다.

 김 감독은 공연이 끝난 뒤 길게 이어지는 박수 소리를 들으면서 유학 시절이 떠올랐다고 했다. “진심 어린 박수 소리에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교민과 예술단원들이 함께 서로에게 밝은 빛을 준 공연이었습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파독 간호사#파독 광부#한빛예술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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