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천개입 위한 표적감찰 의혹, ‘공작정치’ 아니고 뭔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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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청원 의원은 어제 친박(친박근혜) 핵심들의 공천 개입 정황이 담긴 녹취록 공개에 대해 ‘음습한 정치공작’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김성회 전 의원이 최경환, 윤상현 의원에게 “지역구를 변경하라는 게 VIP(대통령)의 뜻이냐”고 반복질문해 답변을 유도했다며 비박(비박근혜)계의 사전 기획에 따라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에 녹음 파일을 공개한 의혹이 짙다는 뜻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드러난 것을 보면 공작정치는 김 전 의원의 경기 화성갑 출마를 막기 위해 친박 쪽에서 한 것 같다.

윤상현 의원은 1월 김 전 의원과 통화하면서 “까불면 안 된다니까… 형, 안 하면 사달 난다니까. 내가 별의별 것 다 가지고 있다니까, 형에 대해서…”라며 사찰 정보를 갖고 있다는 식으로 말했다. 비슷한 시기에 현기환 당시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도 “국무총리실이고 공직기강(비서관실)이고 난리를 치는 걸 이렇게 조정해줘 가지고…”라며 사정기관 조사 사실을 흘리면서 김 전 의원을 겁박했다.

공직복무관리관실은 어제 “2015년 하반기에 공공기관 공직기강 일제 점검의 일환으로 지역난방공사 전 사장에 대해 조사한 바 있지만 정치적 고려 등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전후 사정을 살펴보면 석연치 않다. 당시 주요 감찰 대상은 지방 이전 공공기관으로 알려졌는데 지역난방공사는 지방 이전 계획이 없었다. 만일 친박 핵심이 총선을 내다보고 사정기관을 동원해 ‘표적 감찰’을 하고, 약점을 쥐고 있다가 공천 ‘교통정리’를 할 작정이었다면 과거 권위주의 시대 뺨치는 공작정치가 아닐 수 없다.

경기 화성갑에서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 전 의원은 2013년 10·30 재·보선에서 서 의원에게 사실상 지역구를 양보한 바 있다. 한 달여 뒤 그가 전문성과는 무관한 지역난방공사 사장에 취임하자 보은인사라는 설이 파다했다. 공공기관장 자리를 선거용 거래로 이용하는 잘못된 인사를 하는 것도 모자라 친박이 ‘기획 사정’까지 자행했다면 민주주의는 거꾸로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희옥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은 녹취록 파문과 관련한 조사 요구에 “화합하고 전진하는 것만이 살길”이라며 일축했다. “이 문제를 안 다룰 수 없다”고 밝힌 이진곤 신임 중앙윤리위원장은 자신의 말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새누리당은 윤 의원이 ‘별의별 것’이라고 한 게 사찰 정보인지, 그렇다면 어떤 경로로 윤 의원에게 들어갔는지, 김 전 의원에 대한 감찰에 과연 ‘정치적 고려’가 없었는지 규명해야 한다.
#서청원 의원#공천 개입#윤상현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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