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범죄와의 전쟁에 목숨 걸것”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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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두테르테의 ‘숨은 영부인’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당선인(71·오른쪽)이 9일 대선 결과가 발표된 직후 수도 마닐라에서 25년 연하 부인인 시엘레토 허닐렛 아반세냐 씨(46)와 함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 출처 인콰이어러 홈페이지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당선인(71·오른쪽)이 9일 대선 결과가 발표된 직후 수도 마닐라에서 25년 연하 부인인 시엘레토 허닐렛 아반세냐 씨(46)와 함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 출처 인콰이어러 홈페이지
“남편이 ‘범죄인을 모조리 죽이겠다’는 등 무서운 발언을 내뱉고 있지만 폴리에스테르 같은 화학섬유에 가려움을 타 면 소재 옷만 고집하는 민감한 사람입니다.”

폭력배 소탕을 강조하며 갖은 막말을 해대 ‘필리핀의 트럼프’와 ‘징벌자’ 등으로 불리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당선인(71)의 사실상 두 번째 부인인 시엘레토 허닐렛 아반세냐 씨(46)는 15일 필리핀 매체 인콰이어러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1998년 첫 번째 부인과 이혼한 두테르테는 대통령 당선 후 큰딸인 사라 두테르테(38)에게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맡기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지 언론은 딸은 공식 석상에만 나서고 실질적인 대통령 부인은 아반세냐 씨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간호사 출신인 그녀는 비록 혼인신고는 하지 않았지만 20년 가까이 두테르테 당선인과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며 딸 베로니카(12)를 낳아 키우고 있다.

아반세냐 씨는 유세 현장뿐 아니라 당선 이후에도 남편이 청바지와 줄무늬 폴로셔츠 등 캐주얼 차림만 고수하는 것에 대해 “남편이 좋아해서 그런 옷을 사다 줬는데, 이제 대통령이 된 만큼 자리에 걸맞은 옷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쇼핑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편이 바닷물고기인 탐반 튀김이나 필리핀식 돼지고기 채소 볶음밥인 히나마이 같은 서민적인 음식을 좋아한다며 “남편은 식탁에 반찬이 너무 많으면 되레 식욕이 떨어진다고 말하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아반세냐 씨는 이어 “남편이 범죄 척결이라는 대선 공약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전념할 것”이라며 다바오 시장 시절 두테르테 당선인이 유괴 범죄를 처리하면서 아이의 시체가 발견될 때까지 잠을 자지 않았다는 일화도 전했다.

아반세냐 씨는 다바오에서 미스터도넛 가맹점 11개와 출장 음식점, 정육점을 운영하는 사업가이기도 하다. 다음 달 30일 대통령에 취임하는 남편을 따라 마닐라로 가지 않고 당분간 다바오에 남을 것이라고 인콰이어러는 전했다. 두테르테 당선인도 “취임 이후 몇 달간은 마닐라와 다바오를 오가며 (기러기) 생활을 하겠다”고 밝혔다.

인콰이어러는 “(부인이 당선인과 정반대로) 매우 부드럽고 여성적이며 20년 가까이 헌신적으로 내조했다. 정치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고 가정만 챙겼다”고 전했다. 아반세냐 씨는 “(25년 연상인) 남편의 건강 상태를 철저히 챙겨요. 저는 혈압 약을 두 개나 먹고 있는데 남편은 멀쩡하고 저보다 더 건강해요”라며 웃었다.

한편 두테르테 당선인이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공석이 된 다바오 시장직은 그의 딸 사라가 물려받았다. 사라는 9일 대선과 함께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99.6%의 득표율로 3년 임기의 시장에 당선됐다. 다바오 부시장엔 두테르테 당선인의 아들인 파올로가 선택됐다. 아버지가 대통령이 되면서 딸과 아들이 다바오 시 권력을 모두 물려받은 것이다.

사라는 2010년에도 다바오 시장으로 당선됐다. 당시 두테르테 시장이 ‘시장 3회 연임’ 제한 규정에 걸리자 사라가 시장 선거에 대신 나선 것이다. 그 대신 두테르테 시장은 부시장에 당선돼 딸 밑에서 일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3년 뒤인 2013년 다시 시장 자리를 차지했다.

필리핀에선 유력 가문의 가족이 권력을 대물림하며 나누어 갖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두테르테 당선인의 부친도 1950년대 다바오 주지사를 지냈다. 3대가 다바오를 장악하고 가문 정치를 해 온 셈이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주성하 기자
#필리핀#두테르테#대통령#영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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