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임기 끝난 공기업 사장 자리, 낙천자 주려고 인사 늦추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2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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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200조 원의 대표적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는 16일 조환익 사장의 임기가 끝났지만 아직 사장 공모 절차도 시작하지 않았다. 공기업 사장은 기획재정부 산하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한국석유공사와 동서발전도 사장들의 임기가 진작 끝났지만 그대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중부발전과 남부발전은 사장 없이 본부장들이 직무대행을 하고 있다. 정부가 4대 개혁 과제 중 하나로 꼽은 공공기관들의 어처구니없는 인사 실상이다.

이 중 일부는 최근 사장 공모 절차에 들어갔다. 해당 공기업 관계자들은 “정부가 공모 절차를 시작하라는 지침을 내려보냈다”고 설명했다. 여태 가만히 있다가 개각과 총선을 앞두고 서두르는 모양새여서 새누리당 공천이나 총선에서 떨어진 ‘정피아(정치+마피아)’를 위한 ‘자리 만들기’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공모를 하더라도 형식적인 절차일 뿐 실제 사장 인선은 여당의 공천이 시작될 때까지 미뤄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낙하산으로 내려갔던 기관장들은 총선을 앞두고 임기를 남겨 놓은 채 줄줄이 사퇴해 눈총을 받고 있다. 박완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19일 직원들에게 편지를 보내고 사퇴했다. 김포공항을 비롯한 전국 14개 공항을 운영하는 한국공항공사 김석기 사장도 총선 출마를 위해 사퇴했다. 앞으로 낙하산 공공기관장들의 사퇴 도미노가 이어질 것이다. 전문성도 경영 능력도 없는 정치 낙하산들을 사장으로 내려보내고 선거 때마다 낙선·낙천자들을 위해 사장 자리를 공석으로 비워두면서 무슨 공기업 개혁이란 말인가.

자산 5조 원 이상의 대규모기업집단 61개 가운데 공기업이 12개(20%)나 될 정도로 공기업은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때 여러 차례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낙하산 인사가 새 정부에서는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16일엔 내년 우리 경제를 위기 상황으로 진단하고 “‘컨틴전시 플랜(비상대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 경제가 위기라면서 공기업 사장에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내서야 되겠는가.
#임기#공기업#사장#낙천자#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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