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2014년 산업용로봇 판매 55% 급증 “국제경쟁력 갖춘 기업 3∼5개 육성”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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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by 코리아'로 전환]中 로봇산업 진흥 10개년 계획
고령화로 ‘생활보조 로봇’ 시장 팽창… 한국은 핵심 부품 소재 없어 비상

24일 오전 9시 반경 중국 베이징(北京) 올림픽 공원 인근 ‘세계 지치런(機器人·로봇) 대회’ 박람회장. 영하의 날씨에도 4개 구역으로 나뉜 전시관 1만7400m²는 아침부터 붐볐다. 입구에 들어서자 각종 우유와 음료를 쟁반에 담아 전시장 무대를 오가는 여성 로봇이 눈에 띄었다. 행사장에는 중국의 국영기업, 100여 개 중소기업, 대학연구팀이 출품한 ‘서비스 로봇’들이 대거 전시됐다.

베이징리궁(北京理工)대가 선보인 ‘탁구 로봇’ 2대는 20분간 사람과 탁구를 하는 시범을 해보였다. 로봇이 사람 공을 죄다 받아내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국영기업 하얼빈(哈爾濱)공대로봇집단(HRG)은 영화 ‘아바타’의 중국명인 ‘아판다(阿凡達)’라는 4인조 로봇 악단, 음식점과 호텔 서빙을 도와주는 ‘다페이(大飛)’ 등 서비스 로봇을 소개했다. 이 회사는 중국 내 10여 곳뿐만 아니라 서울 등 해외 5곳에도 판매처를 두고 있다. 이외에도 중소기업 ‘창타이(長泰)로봇’은 중국 전통 종을 치는 로봇을 선보였다.

한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 해외에서 초대된 다국적 로봇들도 있었다. KAIST의 자회사 ‘레인보우 로보틱스’가 선보인 것은 지진 현장 등에 투입되는 재난 구호 로봇. 6월 미국 국방부 주관 대회에서 우승한 이 로봇은 류옌둥(劉延東) 부총리가 구경할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중국 정부가 베이징에서 이처럼 세계 로봇 대회를 연 것은 처음이다. 올해부터 2025년까지 10년 동안 추진하는 ‘중국 제조 2025’ 프로젝트에서 로봇을 핵심 산업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중국 공업신식부, 중국과학기술협회, 베이징 시가 공동 주최한 것으로 23∼25일 사흘 동안 3만 명 이상의 관객이 몰렸다.

중국 로봇들은 아직 미국 유럽 일본 한국 등과 비교해 기술 격차가 있으나 급성장하는 중이어서 곧 격차가 줄어들 것이라는 게 중평이었다. 2014년 중국의 산업용 로봇 판매는 5만6500대로 전년보다 55.0% 늘어 세계 로봇 판매 성장률 26.4%보다 월등히 높았다. 중국 로봇기술국가공정연구중심의 취다오쿠이(曲道奎) 부주임은 언론을 통해 “고속철도처럼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로봇 시장에서 국제경쟁력을 갖춘 3∼5개 중국 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하얼빈공대 로봇연구소 자오제(趙杰) 소장은 “중국은 인구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노인이나 장애인을 돕는 로봇이 미래산업의 화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의 60세 이상 노인이 2014년 2억1200만 명에서 2020년에는 4억 명을 넘어 ‘생활 보조 로봇’ 시장이 급팽창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행사장에서 만난 오준호 KAIST 교수 겸 휴머노이드로봇연구센터 소장은 “박람회와 함께 열린 세미나에 전 세계 로봇 학자와 전문가 100여 명을 모은 것은 세계 최대 로봇 시장이 된 중국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로봇 밀도(인구 1만 명당 사용 로봇 대수)는 선진국의 10%에도 못 미쳐 앞으로 성장 잠재력이 크다”며 “반면 한국은 로봇 핵심 부품 소재가 없어 대책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중국#로봇산업#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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