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부치지 못한 ‘YS 연하장’ 4800장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김영삼 前대통령 서거]
연말마다 정성… 한때 1만명에 발송, 제작업체 초안 만들고 인쇄 취소

내년 초 김영삼 전 대통령이 보낼 예정이던 연하장 표지 사진(왼쪽)과 속지(오른쪽). 에스투비 제공
내년 초 김영삼 전 대통령이 보낼 예정이던 연하장 표지 사진(왼쪽)과 속지(오른쪽). 에스투비 제공
내년 초에 발송될 연하장은 주인이 세상을 떠나면서 끝내 만들어지지 못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연하장을 디자인한 업체 ‘에스투비(STOB)’는 당초 23일 연하장 인쇄를 주문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의 서거로 주문을 하지 못했다. 4800여 명에게 전달될 예정이던 연하장은 업체 컴퓨터에 디자인된 상태로만 남게 됐다.

연하장은 김 전 대통령이 생전에 주변에 보여준 ‘정(情)’의 상징이었다. 실제로 기자가 만난 김 전 대통령의 옆집 이웃, 교회의 장로, 단골 국숫집 사장 등은 김 전 대통령이 그리운 이유 중 하나로 연하장을 꼽았다. 1992년부터 김 전 대통령을 보좌한 김상학 전 비서관은 “전국을 누비며 만난 민주화 동지는 물론이고 외국 유명인사, 운동하면서 만난 주민, 편지를 보낸 국민 등을 가리지 않고 연하장을 보냈다”며 “(연하장을 보내려) 본인이 받은 명함을 챙겨두라는 것이 김 전 대통령의 습관”이라고 설명했다. 한때 국내외 1만여 명에 육박했던 발송 규모는 시간이 흘러 수신인 주소지 변경 등의 이유로 줄긴 했지만 지난해에도 4000여 명에 달했다.

붓글씨를 즐겨 쓰던 김 전 대통령은 휘호를 연하장에 담기도 했다. 자신의 좌우명인 ‘대도무문(大道無門)’을 비롯해 ‘송백장청(松柏長靑)’ ‘호연지기(浩然之氣)’ 등이 쓰였다. 건강이 악화하면서 휘호 자리는 지금의 내외 사진이 대체하게 됐다. 2013년까지는 일부 연하장에 친필 서명을 했지만 지난해는 전부 복사 서명을 사용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김영삼#연하장#호연지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