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준결승전에서 일본을 꺾고 결승에 올랐다. 이로써 김 감독은 처음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 때 금메달을 따낸 걸 시작으로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 2009년 WBC 준우승에 이어 이번 대회까지 모두 팀을 4강 이상으로 이끈 감독으로 한국 야구사에 남게 됐다. 김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있을 때 일본 상대 전적도 6승 5패로 올라갔다.
○ 김인식 아니면 불가능
한국 나이로 칠순을 앞둔 김 감독에게도 대표팀 사령탑은 쉽지 않은 자리였다. 게다가 김 감독은 2004년 찾아온 급성 뇌경색 후유증으로 여전히 거동이 자유롭지 못하다. 이번 대회 때도 동국대 감독 시절부터 제자였던 송진우 코치(49·현 KBSN 해설위원)가 김 감독의 곁을 지키며 수발했다.
김 감독이 나섰지만 대표팀 구성이 순조로웠던 것도 아니다. 대회 개막 전 이번 대표팀은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를 받았다. 피로 누적이나 부상을 이유로 대표팀 합류가 곤란하다는 선수들이 나온 데다 삼성 투수 3명이 해외 원정 도박 혐의로 빠지면서 전력은 더욱 약해졌다.
양해영 KBO 사무총장은 “이번 대회는 여러 사정상 프로 구단에서 협조를 받기가 쉽지 않았다. 대회 초반에는 선수들이 대회에 임하는 마음가짐도 다른 대회만 못했던 게 사실”이라며 “그래도 WBC를 경험한 고참 선수들이 김 감독에게 마음의 빚이 있기에 솔선수범해 주면서 분위기가 올라왔다. 다른 분이 감독이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라고 말했다.

○ 金寅植 아닌 金忍植
야구인들은 김 감독의 이름 가운데 글자가 참을 인(忍)이라고 말하곤 한다. 실제로는 범 인(寅)을 쓰지만 그만큼 참을성이 뛰어나다는 뜻이다.
‘기다림의 대가’답게 김 감독은 한 삽 한 삽 땅굴을 파기보다 다이너마이트를 모아 놓고 한 번에 터뜨리는 스타일을 선호한다. 한 야구인은 “김 감독은 잘 지는 법을 알기에 끝내 이기는 스타일”이라며 “예전에는 머리를 식히려고 같이 고스톱을 칠 일이 많았다. 김 감독은 판에 먹을 패가 깔려 있어도 기다리다가 상대가 ‘고’를 외치는 순간 뒤집기에 들어간다. 참다가 크게 먹는 스타일이다. 야구 스타일도 똑같다”고 말했다. 프리미어12 준결승전에서 9회초에 연속 대타 카드를 꺼내 든 장면이 딱 이 스타일이었다.
김 감독은 2009년 WBC 4강을 앞두고 “우리는 또 한 번 위대한 도전에 나섭니다”라고 말해 국민의 가슴을 울렸다. 김인식의 야구가 21일 또 한 번 위대한 도전에 나선다.
도쿄=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