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김기용]끓는 물 속 개구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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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용 산업부 기자
김기용 산업부 기자
최근 대전에서 만난 기술개발 분야 대기업 임원인 A 씨는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요지인즉 “새로운 산업을 키워낼 수 있는 훌륭한 기술이 많이 있는데, 공무원과 정치인들이 현상 유지를 바라며 안주하려는 집단에 휘둘려 산업으로 발전시키지 못하고 있다”라는 것이다. 새로운 기술이 새로운 산업으로 이어지려면 공무원들은 기존 제도나 규제를 과감히 바꾸거나 철폐해야 하고, 정치인들은 기존 산업에서 이익을 얻고 있던 기득권을 설득해야 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공무원의 ‘무사안일주의’와 정치인의 ‘정치 공학적 표 계산’이 만들어 낸 우울한 현실이라고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끓는 물 속 개구리(boiling frog)’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끓는 물 속 개구리는 무능과 무지, 게으름 때문에 주변의 변화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을 비유하는 말이다. 개구리가 처음부터 끓는 물 속에 들어가면 놀라 뛰쳐나오지만 조금씩 따뜻해지는 차가운 물에 들어가면 물이 펄펄 끓을 때까지 위험을 느끼지 못하다가 결국 죽게 된다는 얘기다.

새로운 기술의 등장으로 세상이 변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전문가들은 현재 4차 산업혁명이 진행 중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1780년대 1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 1900년대 2차 산업혁명은 전기, 1970년대 3차 산업혁명이 컴퓨터에 의해 이뤄졌다면 4차 산업혁명은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서비스가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모든 사물을 인터넷으로 연결하는 사물인터넷(IoT) 분야는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기술과 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집 밖에서 집 안의 모든 가전기기를 작동할 수 있게 됐다. 가전제품별 전기 사용량도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 있게 됐다. 손목에 찬 팔찌 형태의 기계에서 내 몸에 관한 모든 정보도 파악할 수 있게 됐다. 각각 홈IoT 산업, 웨어러블 산업 등 별도 산업을 이룰 수 있을 정도로 규모도 크다. 금융, 의료, 교육 등 사회 전반에 걸쳐 ICT 기술과 접목된 새로운 산업도 꿈틀대고 있다.

문제는 우리 사회에 상당히 많은 ‘끓는 물 속 개구리들’이다. 무능하고 무지하고 게으른 이들은 필연적으로 겪게 될 변화를 늦춘다. 변화를 빨리 수용했더라면 얻게 됐을 경쟁력을 결국 잃게 만든다. 기득권 유지를 위해 저항을 할 때도 있다. 1차 산업혁명 때 모든 기계를 파괴하려 했던 ‘러다이트운동(Luddite Movement)’처럼 말이다. 과도한 개인정보보호 때문에 제대로 된 핀테크와 빅데이터 산업이 구축되지 못하고 있는 것, 의사들의 기득권 때문에 원격의료가 차일피일 미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변화가 필연이라면 빨리 수용해 적극적으로 이용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나라 전체가 변화를 거부했던 조선 말기의 쇄국이 이후에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는 주지의 사실이다.

제4차 산업혁명의 시기, 우리는 지금 끓는 물 속 개구리도, 러드(러다이트운동을 이끈 가공의 인물)가 되어서도 안 된다.

김기용 산업부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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