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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국제

[횡설수설/정성희]정몽준 징계한 FIFA의 파울 플레이

입력 2015-10-10 03:00업데이트 2015-10-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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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할 줄 모르는 더러운 자식. 내가 모든 걸 가르쳐주었는데도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가 없어?” 제프 블라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을 발탁한 호르스트 다슬러 아디다스 회장의 블라터에 대한 촌평이다. 스포츠 업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졌던 다슬러 회장은 1970년대 중반 스포츠연맹의 점잖은 임원들을 쓸어내고 그 자리에 돈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모리배를 앉히기 시작했다. 블라터는 그중 한 명이다.

▷FIFA를 17년째 지배하고 있는 블라터는 축구계의 황제다. 그는 개최지와 후원업체 선정 과정에서 어마어마한 액수의 뇌물을 받으며 FIFA를 사유화했다. 2018년 월드컵이 러시아에, 2022년 월드컵은 카타르에 돌아간 과정은 스위스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과 관련해 FIFA가 남아공 대통령에게 돈을 요구하는 이메일이 공개된 데 이어 FIFA 고위 간부 7명이 뇌물 수수로 미국 법무부에 체포된 상태다.

▷부패 스캔들 와중에 치러진 올해 FIFA 회장 선거에서 놀랍게도 블라터는 5연임에 성공했다. 그러나 안팎의 칼날이 자신을 향해 오자 사퇴를 표명하고 내년 2월 26일 차기 회장 선거 때까지만 회장직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FIFA 개혁이라는 절체절명의 사명을 띤 차기 회장 선거에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 회장, 알리 빈 알 후세인 요르단 왕자 등이 ‘반(反)블라터’를 외치며 뛰어들었다.

▷FIFA 윤리위원회가 후보 등록 마감을 앞두고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정 명예회장에 대해 자격정지 6년의 중징계를 내렸다. 2018년과 2022년 월드컵을 한국에 유치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기금을 조성하려 했다는 혐의를 걸었지만 정작 징계 사유는 군색하게도 윤리위 조사활동에 대한 비난이었다. 24억 원의 뇌물 수수 의혹을 받는 플라티니에 대해 자격정지 90일을 내린 것과 비교해도 터무니없다. 유력 후보들의 손발을 묶어 출마를 봉쇄하려는 FIFA의 행태가 블라터가 축출돼야 할 이유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FIFA의 공은 결코 둥글지 않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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