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벌어진 수능 격차… 서울 자사高도 ‘南高北低’ 뚜렷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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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학년도 수능 성적 분석]성적 상위 50곳 살펴보니
2014년 수능성적 특목-자사고 초강세… 상위 50곳 중 40곳 차지

《 지난해 실시된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고교별 성적을 분석한 결과 일반고의 침체가 다시 한번 확인됐다. 국어 수학 영어 과목에서 1, 2등급(상위 11%)을 받은 상위권 학생들은 특수목적고와 자율형사립고에 집중됐다. 평균 2등급 이상 비율을 기준으로 상위 50개 고교를 뽑아 보니 일반고는 8곳에 불과했다. 그나마 일반고 8곳도 모두 전국에서 학생을 선발하는 자율학교이거나, 지난해까지 자사고였던 학교였다. 반면 외국어고를 위시한 특목고(31곳)와 자사고(9곳)는 10위 이내에 8곳이 포진하는 등 상위권을 싹쓸이했다. 》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성적을 고교별로 분석해 보니 전국 단위 자율형사립고인 강원도 민족사관고와 경기도 용인한국외대부고에 압도적으로 상위권 학생이 많았다.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이 각종 일반고 살리기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일반고 침체 현상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양상이다.

교육 당국은 매년 해당 학년도의 수능 성적을 분석해 발표하지만 고교별 성적은 공개하지 않는다. 이를 통해서는 시도별 성적, 남녀 간 차이, 재학생과 재수생의 격차 정도만 가늠할 수 있다. 내가 다니는 고교, 우리 동네에서 진학 가능한 고교의 성적은 알 수 없다.

이런 까닭에 본보는 국회 교육체육문화관광위원회 소속인 강은희 새누리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2015학년도 수능 고교별 성적 자료’를 분석했다. 전국의 일반고, 특수목적고, 자율고(자율형공립고 및 자율형사립고) 1596곳을 대상으로 국어, 수학, 영어 과목에서 평균 2등급 이상인 학생 비율을 기준으로 삼았다.

○ 특목고의 압도 현상 여전

수능 성적 상위 50개 학교들을 살펴보면 ‘특목고의 압도, 자사고의 진격, 일반고의 황폐’로 요약할 수 있다.

50위 이내 학교 중에는 과학고, 외국어고, 국제고 등 특목고가 31개로 60%를 넘는다. 중학교에서 상위권을 차지했던 학생들이 주로 몰리는 자사고는 9곳이 순위에 들었다. 우수한 학생들이 입학해 계속 상위권을 유지하는 이른바 ‘선발 효과’가 계속되는 형국이다.

반면 학생 모집 단계부터 상대적으로 불리한 일반고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50위 내에 총 8곳의 일반고가 이름을 올렸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들 학교는 보통의 일반고와 다르다. 광주 숭덕고는 원래 자사고였다가 올해 일반고로 전환된 경우라서 2015학년도 수능에 응시한 숭덕고 학생들은 자사고의 교육 과정을 밟은 학생들이다. 경기 수지고와 진성고는 비평준화 지역이다. 해당 학교가 있는 지역에서 평범한 학생들이 배정을 통해 진학해 보통의 교육 과정을 따르는 ‘진짜 일반고’는 단 한 곳도 순위에 들지 못한 셈이다.

강은희 의원은 “공교육 살리기 차원에서도 일반고의 교육 여건 개선과 교육 역량을 높이는 일은 시급하다”며 “학력 격차를 비롯해 경제적, 정서적인 문제를 정확히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해 일반고에 관심을 기울이는 교육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전국 단위 자율학교 ‘위력’


일반고만을 대상으로 상위 50위 학교를 꼽아 보니 역시 전국 단위로 우수한 학생을 모집하는 자율학교의 위력이 두드려졌다. 자율학교는 교장 임용, 교육 과정, 학생 선발 등에서 자율성을 갖고 있으며, 전국 단위로 학생을 모집하면서 타 시도의 우수한 학생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충남 공주의 한일고와 공주대사대부설고, 경남 거창고가 일반고 중에서 1∼3위를 차지하면서 전국 단위 자율학교의 위력을 과시했다. 한일고와 공주대사대부설고는 전체 고교 중에서도 상위 10위 안에 드는 기염을 토했다. 경북 영양여고, 경남 창녕옥야고, 경남 거창대성고, 경남 남해해성고 등 다른 전국 단위 자율학교들도 톱 50 랭킹에 이름을 올렸다.

자율학교 중 광역 단위로 학생을 모집하는 부산 장안제일고, 부산장안고, 전남 담양 장성고, 경북 경주고, 전남 화순 능주고 등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평준화 지역에서 학생을 임의로 받는 평범한 일반고 중에서는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숙명여고와 경기 성남 낙생고 등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 서울 지역 자사고도 양극화

2010년 첫 신입생을 받아 운영 5년 차(1기 기준)를 맞이한 서울지역 자사고들은 강남지역 고교의 우세가 두드러졌다. 서울에서 자사고를 도입할 당시에는 ‘비강남권 명문고를 육성할 경우 교육 격차 해소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기대도 나왔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 보니 자사고에서도 지역 격차가 고착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지역 자사고만을 대상으로 수능 국어 수학 영어 1, 2등급 평균 비율을 따져 보니 전국 단위로 모집하는 하나고를 제외하고는 1∼5위가 전부 강남구 소재였다. 해당 과목 1, 2등급 평균 비율이 45.3%로 서울 강남구에서 가장 두각을 드러낸 휘문고와 서울지역 자사고 중 가장 저조한 성적을 보인 동대문구 경희고(16.2%)의 격차는 30%포인트에 육박했다.

강남구 소재 자사고인 세화고(44.29%), 중동고(44.1%), 세화여고(42.8%), 현대고(38.9%)도 강세를 보인 가운데 낮은 성적을 기록한 자사고들은 동대문구의 대광고(17.2%), 종로구의 동성고(18.7%) 등이었다. 비강남권 출신의 강남구 소재 자사고 진학도 저조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벌어진 학력 격차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지역은 자사고뿐만 아니라 일반고의 양극화도 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7개 시도 가운데 서울의 수험생들은 상위권인 1, 2등급의 비율이 수학 A형은 두 번째, 국어 B형은 첫 번째로 높은 반면 두 과목 모두 하위권인 8, 9등급 비율도 가장 높았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서울의 상위권과 하위권 비율이 둘 다 높은 것은 학교별 양극화가 심하다는 의미”라며 “강남 3구와 양천구, 노원구 등의 학업 성취 수준은 높은 반면 금천구, 구로구, 중랑구 등은 낮게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덕영 firedy@donga.com·이은택·임현석 기자
#수능성적#특목고#자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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