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엄마 잃은 나비야, 안심하렴… 언제나 달님이 지켜보는구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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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나비와 달님/장영복 글·이혜리 그림/33쪽·1만3000원·보림

자기가 낳은 알을 달님에게 부탁하는 엄마 호랑나비가 있습니다. 머지않아 사마귀에게 잡아먹힐 운명을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웬일인지 엄마 호랑나비 목소리는 달님의 귓가에서 쉽게 사라지질 않습니다. 달님은 어쩔 수 없이 그 알들을 지켜봐요. 지상으로 내려가 그 알들을 씻어주고 만지고 안아줄 수는 없지만 눈빛만큼은 전에 없이 따스합니다. 애벌레가 알에서 나오는 장면에서 안도하고, 잎을 갉아먹으며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대견한 마음이 드는 건 독자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까치와 오목눈이에게 차례로 먹히고 노린재와 대치한 모습을 보면서 가슴도 졸이게 되지요. 아직 애벌레들에게 세상은 너무나 험한 가시밭입니다. 달님은 기도를 시작합니다.

적절한 화면 분할에 대상별로 기법을 달리한 그림은 이야기에 집중하되 독자 입장에 따라 자신의 것으로 읽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색연필과 구아슈(아라비아고무를 교착제로 써 반죽한 수채물감 또는 이 물감을 사용해 그린 그림), 사진 이미지들로 겹겹이 쌓아올려 높은 밀도를 보여줌으로써 장면 하나하나를 꼼꼼히 들여다보게도 합니다.

이 책은 아이들보다는 부모 입장에서 만들어졌어요.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완벽하게 공감할 수 있을 거예요. 정작 아이들은 사마귀에게 먹히는 엄마 호랑나비나 자기들끼리 자라나고 있는 애벌레들에게 집중하겠지요. 애벌레들이 살고 있는 탱자나무 가시 너머로 뛰노는 또래 친구들 모습도 볼 것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보는 달님의 고운 마음 때문에 아이들은 안도할 수 있을 거예요.

사람들 세상도 마찬가집니다. 꼭 부모가 아니어도 변함없이 따스한 눈길로 지지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아이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일어나 달려갈 수 있을 것입니다. 달님의 사랑 안에 활짝 날개를 펴고 날아오른 아기 호랑나비처럼 말이죠.

김혜진 어린이도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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