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1월 교사전보 사유 ‘성추행’ 명시… 서울교육청 반년간 뒷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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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초 보고 받고도 7월 특감 전까지 조치 안해… “몰랐다” 거짓 해명

교사들의 연이은 성추행 및 성희롱 사건이 벌어진 서울 서대문구 공립 A고교 사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이 거짓 해명을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동료 여교사의 옷을 찢고 성추행을 한 B 교사의 비정기 전보와 관련해 이 학교 교장은 여러 언론을 통해 성추행 사건을 시교육청에 알렸다고 밝혔으나, 시교육청은 줄곧 “내용이 충분히 보고되지 않았다”고 해 왔다.

하지만 6일 시교육청이 새누리당 한선교 의원실에 제출한 ‘비정기 전보 내신(內申·비공개로 상급 기관에 보고하는 것) 사유서’에 따르면 이 학교는 B 교사를 다른 학교로 보내면서 사유서에 ‘동료 교사 성추행’ 관련 내용을 명시했다. 이 사유서는 당시 이 학교 교감이 작성해 시교육청에 제출했다.

해당 문서에는 ‘위 사람은 학교 교무부장으로 성실한 업무 수행과 학생 지도에 열정적인 교사였으나 2014. 2. 26. 학교 교육 계획 수립을 위한 부장 연수 중 동료 여교사를 뒤에서 껴안는 등 과도한 신체 접촉에 의한 성추행 사건을 일으켜 학교장 주의를 받았으며, 피해 여교사의 타 학교 전출 요구가 강력하고, 학교 잔류 시 학생 교육상에도 좋지 않을 뿐 아니라 본인과 타 교사, 학부모에게도 좋지 않을 것으로 사료되어 비정기 전보를 내신하게 되었음’이라고 명시돼 있다. 사유서를 보낸 시점은 올해 1월 5일로, 7월 특별감사가 진행되기 전까지 6개월간 아무런 조치가 없었던 것이다.

B 교사는 지난해 2월 사건 발생 이후 연가, 휴직 등으로 출근하지 않았고, 올해 3월 다른 학교로 비정기 전출됐다.

교직원을 통해 해당 문서를 시교육청에 전달한 이 학교 관계자는 6일 “학교에서 성범죄 사건이 발생한 지난해 2월경에 관할 지역청인 서부교육지원청에 이 사실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그는 사건 보고 이후에도 시교육청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데 대해 “가해 교사에게 연가를 써서 학교에 나오지 못하도록 하고, 학교에서 해당 교사에게 엄중 경고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시교육청에 보고했다”며 “시교육청이 학교가 스스로 엄중하게 조치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초에 해당 사유서를 받은 것과 관련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정식으로 성범죄를 문제 삼아 보고하는 형식이 아니었고, 이미 해결된 사안으로 봤다”라고 말했다.

부실 감사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이 사건은 피해 여교사들의 진정과 국민신문고 민원 등으로 지난달 20일부터 감사가 시작됐으나 시교육청 감사관은 지난달 30일 브리핑에서 “어떤 사유로 전출가게 됐는지는 현재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감사 시작 10일이 지나도록 시교육청이 공식 문서를 확인하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한선교 의원은 “알고도 말하지 않았다면 시교육청 잘못이 드러날까 봐 은폐했을 가능성이 높고, 정말 몰랐다면 감사를 맡길 수 없을 만큼 무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학부모의 고발로 알려진 다른 가해자인 C 교사의 연가 조치를 둘러싸고 시교육청의 거짓 브리핑 논란도 벌어지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지난달 31일 브리핑에서 “학생들과의 격리를 위해 C 교사에게 개학 후 2, 3일 지나서 바로 연가를 쓰도록 했다”며 신속한 조치를 취했다는 취지로 답했다. 하지만 이 학교 교장은 본보와 통화에서 “직위해제 전에 연가 조치는 없었다”며 “다만 피해 학생들과 만나지 않도록 학년을 조정해 수업에 들어가도록 했다”고 말했다. 해당 시교육청 관계자는 이후 사실 관계를 다시 확인하는 질문에 “정확한 날짜는 잘 모르겠다. 아마 (C 교사가) 학교를 좀 나왔을 것 같다”고 말을 바꿨다.

한편 시교육청은 6일 성범죄 사실이 확인되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교원 이름을 공개하고 바로 교단에서 퇴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실시하기로 했다. 또 교사의 성범죄가 인지되면 경찰 수사나 기소 여부와 관계없이 곧바로 해당 교사를 직위해제하기로 했다. 하지만 성폭력을 저지른 모든 교육공무원은 ‘교육공무원 징계 양정 등에 관한 규칙’에 따라 이미 해임 또는 파면 조치를 받고 있어 ‘재탕 대책’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임현석 lhs@donga.com·유덕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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