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김정행 대한체육회장 비리 의혹 수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2일 03시 00분


‘영포회’ 멤버로 MB측 인사 檢, 업무상 직권남용 혐의 조사
공금횡령 등 체육회 비리 정조준
KT&G 민영진 사장 비자금 의혹도

이명박(MB) 정부 시절 인사와 관련된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다시 본격화하고 있다. 해외 자원개발, 포스코 관련 비리 수사 등에 이어 ‘제2의 사정(司正)’ 정국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부장 임관혁)는 대한체육회 등 체육계 전반에 산적한 고질적인 비리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검찰은 대한체육회 고위 인사들이 공금을 횡령해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잡고 관련 계좌를 추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특히 김정행 대한체육회 제38대 회장 관련 비리와 업무상 직권남용 의혹 등을 집중 조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체육회는 수십억 원에 이르는 협회 예산을 통해 각종 체육단체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지원을 빌미로 이 단체들과 유착 관계를 형성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경북 포항 출신인 김 회장은 김운용 전 대한체육회장의 직계로 꼽히며 이른바 ‘영포(영일-포항)회’ 멤버다. 이 때문에 올 상반기에 이뤄졌던 MB 정부 관련 인사에 대한 수사의 연장선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회장은 2013년 2월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될 때도 뒷말이 많았다. 박용성 당시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김 회장은 새누리당 이에리사 의원이 출마 선언을 한 직후 선거에 나서 당선됐다. 대한유도협회장 출신인 김 회장과 측근들이 체육회 및 산하 단체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대한체육회는 생활스포츠를 주관하는 국민생활체육회와 합쳐 통합 체육회를 설립하는 방안을 놓고도 잡음이 나왔다. 이 때문에 체육계 안팎에선 이미 특정 인사의 이름과 함께 검찰이 대대적인 수사를 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았다.

앞선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는 체육계에 산적한 비정상적 관행을 정상화하기 위해 대한체육회 등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해 330여 건의 비위를 적발했다. 지난해 5월엔 ‘스포츠 비리 근절을 위한 검경 합동 수사반’이 출범돼 대한체육회의 후원사 선정 과정 비리, 수의계약 비리 등을 수사하며 비리 첩보를 모아왔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3부(부장 김석우)는 KT&G 민영진 사장(57)이 재직 기간 중 자회사를 인수·운영하는 과정에서 특정 기업에 일감을 몰아주고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해 민 사장 등 KT&G 전현직 임직원과 주변인 계좌를 추적하고 있다.

민 사장은 MB 정부 시절인 2010년 2월 KT&G 사장에 취임해 6년째 사장직을 유지하는 동안 각종 의혹에 휩싸였다. 민 사장은 2011년 자회사로 인수한 KGC라이프앤진의 90억 원대 광고를 특정 기업에 몰아줬다는 의혹과 인도네시아 담배회사인 ‘트라삭티’를 무리하게 인수한 뒤 국내 담배 생산 수량을 부풀린 의혹 등을 받고 있다. 검찰은 민 사장이 소망화장품, 바이오벤처기업인 머젠스(현 KT&G생명과학) 등 자회사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도 확인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2002년 KT&G가 민영화한 이후 제대로 된 감사를 받은 적이 없는 만큼 각종 의혹을 모두 규명하겠다는 방침이다.

장관석 jks@donga.com·변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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