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렉서스 RC F “영혼을 움직이는 자연흡기 8기통”

  • 동아경제
  • 입력 2015년 6월 6일 0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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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리터 V형 8기통 엔진의 힘은 고스란히 바퀴로 전달돼 순식간에 속도계 바늘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레드존에 근접해야만 이뤄지는 변속은 흉내만 내던 그동안의 스포츠 쿠페들에게 굴욕을 안기며 확연히 다른 맛을 보여줬다. 굳이 차량의 최대출력을 맛보고 싶지 않더라도 이미 운전자의 영혼과 육체는 변속시점마다 분리과정을 되풀이했다. 이 모든 경험은 가속뿐 아니라 감속에서도 거듭 된다는 점이 ‘렉서스 RC F’의 가장 큰 매력이다.

지난 4일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의 문이 올 들어 처음으로 개방됐다. 지난해 11월 ‘쉐보레 터보 트랙 데이’ 이후 개인적으론 두 번째 방문이다. 첫 경험에서 총 연장 4.3km의 서킷은 예측 불가능한 블라인드 코너를 포함 16개 좌우코너로 구성돼 남다른 저력을 맛볼 수 있었다. 다시 방문한 스피드웨이는 지난 기억과 함께 기대감을 높였다. 더구나 시승 라인업은 렉서스 고성능 하이브리드를 포함 대배기량 모델들로 채워져 있었다.

렉서스가 한국 진출 15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서킷 시승행사 ‘렉서스 어메이징 익스피리언스 데이(LEXUS Amazing Experience Day)’에 참여했다. 이번 행사는 올 초 렉서스의 요시다 아키히사 사장이 2020년 중장기 비전 발표와 함께 상품 전략으로 밝힌 ‘하이브리드와 퍼포먼스를 통한 와쿠도키(Waku-doki 가슴 두근거림의 일본어)’를 경험하기 위한 자리다.
본격적인 서킷주행에 앞서 렉서스의 영업·마케팅 담당 이병진 이사는 “서킷에서도 잘 달리는 하이브리드의 면모를 보여주고 싶어 자리를 마련했다”라며 “도요타의 하이브리드가 효율 중심이라면 렉서스는 효율에 퍼포먼스까지 갖추고 있어 가슴 뛰는 두근거림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서킷 뿐 아니라 부대 행사로 진행된 슬라럼 등의 프로그램은 고성능 차량 뿐 아니라 하이브리드 차량이 비교 대상으로 투입돼 우수한 실력을 과시했다.

국내에서 판매하는 차량 전 라인업에서 하이브리드 모델을 보유한 렉서스는 지난해 판매량 중 80%를 하이브리드 모델이 차지할 만큼 브랜드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올해는 기존 하이브리드에 대한 인식 전환을 목표로 콤팩트 SUV NX200t, 고성능 쿠페 RC F 등으로 전년 대비 9.8% 가량 늘어난 7100대 이상을 판매할 계획이다.
이날 행사의 백미는 에버랜드 스피드웨이를 3종의 차량으로 달려보는 경험이다. 총 7바퀴를 번갈아 가며 시승해 볼 수 있었다. 먼저 GS 450h를 시작으로 첫 바퀴에서 서킷을 파악한 뒤 NX 200t F스포츠와 RC F로 차량 성능을 경험했다.

서킷에서 GS 450h의 운전석에 앉아 가속페달에 발을 올리며 천천히 출발했다. 먼저 일반 공공도로가 아닌 서킷에서 맛본 GS 450h의 운동성능은 특별한 느낌이다. 3.5리터 V6 가솔린엔진과 2개의 전기모터가 더해져 345마력의 최대출력을 쏟아내는 이 차의 파워트레인은 기존 하이브리드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데 충분했다.

특히 스포츠 플러스 주행모드는 하이브리드 차량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의 강력한 힘과 함께 좌우로 굽이치는 커브에서 안정적이지만 부드럽게 돌아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저속과 고속에서 고르게 느껴지는 서스펜션의 반응과 4.8미터가 조금 넘는 긴 차체를 간단하게 조율하는 운전대 반응이 이상적이다.
곧바로 NX 200t F스포츠로 몸을 옮겼다. 외관 디자인부터 GS 450h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전후좌우 어디서 봐도 날카로운 디자인이 눈과 마음을 자극했다. 렉서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는 일체형 배기 매니폴드와 트윈 스크롤 터보차저가 조합된 새로운 터보 시스템은 서킷에서 100%의 실력을 발휘했다. 터보랙을 없애 즉각적인 가속반응을 이끌어내는 NX 200t F스포츠의 엔진은 저 RPM에서 고 RPM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가속성능을 보이며 238마력의 최대출력을 서킷에 쏟아냈다.
특히 주행 조건에 따라 앞뒤 바퀴의 토크 배분을 100대0에서 50대50까지 자동으로 제어하는 다이나믹 토크 컨트롤 AWD 시스템은 커브 구간이 많은 스피드웨이 서킷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으로는 믿기 힘들 정도의 안정성을 발휘했다.
마지막으로 이날의 하이라이트 격인 RC F의 서킷 체험은 잊을 수 없는 강렬한 기억을 남겼다. 지난 4월 서울모터쇼를 통해 첫 대면 이후 서킷에서 만나는 RC F의 모습은 압도적인 포스를 풍겼다.

전면은 메시 타입 스핀들 그릴을 적용해 강력한 성능을 대변하고, 전조등은 차세대 렉서스에 적용되는 L자형 Bi-LED로 높은 시인성 및 세련된 디자인을 구현했다. 후면부는 IS F에서 계승된 듀얼 배기구를 장착해 ‘F’ 디자인을 강조했다. 보닛 중앙 돌출구에는 냉각 출구가 있고 L자형 사이드 덕트를 비롯해 차량 곳곳에 쿨링 시스템을 채택해 디자인과 효율의 적절한 타협점을 찾고 있었다. 이밖에도 RC F는 보닛, 루프 및 액티브 리어윙을 카본으로 만들어 총 9.5kg의 중량 감소를 실현시키는 등 차체 전반에 걸쳐 냉각 성능과 공기역학적 효율에 무게를 싣고 분위기다.

실내는 F 전용 장식들로 화려하게 꾸며졌다. 계기판의 미터계, 카본 트림, 알루미늄 페달, 스티어링 휠, 변속 노브, F 전용 스포츠 시트 등 고성능 쿠페로서의 강인한 이미지 구현을 위한 장치들이 눈에 띈다. 특히 이러한 것들은 차량의 역동성을 강조하면서도 운전에 집중하도록 인체 공학적으로 설계돼 기능면에서도 부족함이 없었다.
RC F의 파워트레인은 자연 흡기식 5.0리터 V8 엔진을 탑재해 473마력의 강력한 출력과 함께 자연흡기 만의 탁월한 반응성이 특징이다. 트랜스미션은 경량 알루미늄과 고효율 오일펌프가 채택된 8단 SPDS(Sport Direct Shift) 변속기를 탑재해 우수한 성능은 물론 연비 감소 효과까지 달성했다.

서킷 주행에는 줄곧 스포츠S 플러스 모드를 이용해 주행을 해봤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귓가로 전해지는 엔진음은 액티브 사운드 컨트롤(ASC, Active Sound Control)을 통해 보조음이 전자적으로 합성되며 더욱 강력한 운율을 전달한다. 이때 운전자는 달리는 맛이 극에 달하며 엔진의 강력한 힘은 몇 배로 강력해 진다.

또한 RC F에 새롭게 적용된 좌우 토크 분배형 토크 벡터링 디퍼렌셜(TVD, Torque Vectoring Differential)은 운전자가 뛰어난 기술이 없더라도 주행 중 TVD의 전자적 개입을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러워 수십 년 경력의 베테랑 드라이버가 부럽지 않은 코너링을 실현시킨다. 토크 벡터링 모드 셀럭터(Standard, Slalom, Track 등 세가지 모드 지원)로 TVD모드를 사용할 수 있어 드라이빙 상황 및 운전 스타일에 맞게 차량 특성을 선택할 수 있다. RC F를 통해 짧지만 강렬하게 렉서스가 추구하는 ‘와쿠도키’를 경험할 수 있었다.
한편 렉서스 RC F의 가격은 1억2000만 원으로 올해는 국내에 15대만 한정 판매되며 내년부터는 공급량을 점차 늘려나갈 것으로 알려졌다.

용인=김훈기 동아닷컴 기자 hoon14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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