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작가 김홍석 인터뷰

미술관에서 웬 애국가? 8월 2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는 ‘시징의 세계’전 입구에 10분 정도 서 있으면 두세 차례 들린다.
‘노래를 한 곡 부르거나, 춤을 추거나, 크게 웃음소리를 내야 입장할 수 있습니다.’
“정말 이걸 하라고요?”
“네. 셋 중 하나는 꼭.”
한동안 쭈뼛대던 교복 차림 남학생 네 명이 입을 모아 달음질하듯 애국가를 후루룩 부르더니 “됐죠?” 하고 킥킥대며 통과한다. 이어서 다가온 50대 부부. 안내문을 읽다 말고 헛기침하며 돌아서는 남편을 붙들어 세운 아내가 혼자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더니 슥 입장해 버렸다. 홀로 남은 남편은 “집사람이 했잖아요” “모든 입장객이 해야 합니다” 잠깐 실랑이를 벌이다가 “으허허허” 쑥스러움 밴 너털웃음을 훅 던지며 어깨를 으쓱하고 들어가 아내 손을 잡았다.

전시실에서 만난 김홍석 씨에게 ‘팀 이름에 중국색이 너무 강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
“가상도시 이름을 서경으로 하자는 아이디어에 모두 동의한 상황에서 발음을 정해야 했죠. 영어로 표기했을 때 발음이 자연스러운 걸 골랐을 뿐이에요. 작품에서 어느 한 작가나 국가의 성향이 편중돼 드러난다면 문제겠지만…. 그건 아니죠?”
그건 아니다. 세 작가는 경쟁하듯 자국 색채를 도려낸 이야기를 전개했다. 첫 전시실은 시징에서 개최한 ‘올림픽’의 흔적이다. 빵 조각을 탄알 삼은 사격, 종이인형을 잘라내 던지는 다이빙, 수박을 공으로 쓴 미니축구 장면을 영상에 담은 뒤 사용한 도구를 늘어놓았다. 헛짓거리가 틀림없는데 시상식까지 치르는 퍼포먼스 내내 모두들 진지하기 그지없다. 한중일 세 나라가 벌이는 불꽃 튀는 국가대항전과는 전혀 닮지 않았다. 한결같이 행복하게 ‘논다’.
다시 물었다. ‘이 전시는 그럴듯한 말을 앞세워 어설픈 작업을 포장한 사기일 뿐이라는 비판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글쎄요. 학생 때부터 ‘한국 제도권 미술계에 안주하다간 작가로서 금방 망하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세 사람이 공통으로 능숙한 언어가 없어서 서로 ‘쉬운 말’만 주고받아요. 한중일이 모였다면 대개 진지한 성찰을 기대하겠죠. 우린 그냥 각자의 아이들에게 물었습니다. 아빠들이 이런 작업 해보려는데 어떻겠냐고. 애들이 재미있겠다고 답한 것만 실행했습니다. ‘찌질’해 보인다고요? 상관없습니다. 아무 가치 없다 여겨질 행위를 열심히 하는 과정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다시 배웠습니다. 커다란 자유를 얻었고요.”
중국 작가 천사오슝은 지난봄 골수암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이다. 병세는 좋지 않은 편이다. 김 씨는 “동업자 이상의 친구다. 많이 울었다. 관계 맺음의 다른 방법을 찾아보려 한 시징멘의 여행은 아마 이것으로 끝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