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신연수]새로 난 도로 옆에 국회의원 땅 있었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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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지(盲地)는 말 그대로 눈먼 땅, 도로와 접하지 않아 이용가치가 떨어지는 땅이다. 길과 연결되지 않으니 집과 건물을 지을 수도 없다. 그래서 보통 주변 땅값의 반에 반도 안 되는 값에 시세가 형성된다. 이런 맹지를 번듯한 도로가 지나는 비싼 땅으로 만드는 신통한 도술을 부리는 사람들이 있으니 바로 국회의원들이다.

▷나라 예산을 심의하는 국회의원들이 자신이 소유한 땅 옆에 도로를 내기 위해 예산을 끌어가 개인적 이익을 챙기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다. 새누리당 강길부 의원(울산 울주)은 280억 원의 국가 예산을 유치해 울주군 산업단지에 진입로를 추가 건설했는데 새 진입로 근처에 자기 땅이 있었다. 도로가 생긴 후에 그의 땅값은 10년간 5200여만 원에서 4억여 원으로 8배가 됐다. 이 정도라면 의원들이 유력 지주들의 부탁을 받고 도로를 내준 맹지도 많을 것이다.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대학과 연결된 인터체인지(IC) 확장 예산을 따온 의원, 자기 소유 오피스텔이 있는 지역 근처를 빨리 개발하라고 압력을 넣는 의원 등 부동산 이익을 챙기는 방식이 다양하다. 공직자윤리법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공직자가 수행하는 직무가 공직자의 재산상 이해와 관련되어 공정한 직무 수행이 어려운 상황이 야기되지 않도록 이해충돌 방지에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국회의원들에게는 통하지 않는 모양이다.

▷경기 성남시 분당의 맹지를 사서 ‘한국의 베벌리힐스’로 바꿔낸 장인 장모를 둔 이완구 국무총리는 청문회에서 “아는 의원이 소개해줘 같이 가봤다”고 말했다. 당시 충남 지역구 의원을 하던 그가 경기도까지 진출했으니 부동산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관심이 상당히 큰 듯하다. 해마다 국가예산안 심사에서 의원들이 민원을 넣는 ‘쪽지 예산’이 3조 원에 이른다. 지역 발전에 필요한 것도 있지만 의원들의 개인적 이해관계가 포함됐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전수조사를 해서라도 공익을 빙자해 사익을 추구한 의원들의 명단을 공개하고 방지책을 만들어야 한다.

신연수 논설위원 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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