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동영 前대선후보의 관악乙 출마를 보는 불편함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3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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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정동영 전 의원이 어제 서울 관악을(乙) 4·29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이번 선거를 기득권 세력과 ‘이대로는 안 된다’는 국민의 한판 대결로 규정하고 “기득권 보수정당 체제를 깨는 데 몸을 던지겠다”고 했다. 이 지역은 야권 지지세가 강한 곳으로 유명하다. 정 전 의원은 야-야 대결에서 이겨 내년 총선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구상이겠지만 출마 명분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공감할지는 의문이다.

정 전 의원은 2002년 새천년민주당 간판으로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 뒤 이 당을 깨고 열린우리당을 창당하는 데 앞장섰던 사람이다. 당 의장 두 번과 통일부 장관을 지낸 뒤엔 열린우리당을 뛰쳐나갔고, 이합집산 끝에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의 후보로 대통령에 출마했다. 대선 패배 후 2008년 총선에서 서울 동작구에 “뼈를 묻겠다”며 출마했으나 낙선했고, 2009년 보궐선거 때 고향인 전주에서 민주당의 공천을 받지 못하자 또 탈당해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2012년 총선에서는 새정치연합 간판으로 서울 강남을에 출마했지만 낙선하자 올 1월 다시 탈당해 ‘국민모임’이라는 신당에 합류했다.

명색이 제1야당(당시는 여당)의 대선후보까지 지낸 인물이라면 당이 잘못 갈 경우 정치생명을 걸고 바로잡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정치인의 도리이자 지지해준 유권자들에 대한 의무다. 정 전 의원과 함께 열린우리당 창당을 주도했던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 역시 새정치연합 안에서 광주 서을 보선 공천이 불투명해지자 탈당해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권노갑 새정치연합 고문이 두 중진에게 “도리를 저버리는 일”이라며 만류한 것은 소리(小利)를 좇아 탈당과 복당을 반복해서는 곤란하다는 상식을 담고 있다고 본다.

비판을 무릅쓰고 탈당과 출마를 강행한 정, 천 전 의원으로 인해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 두 사람은 야권 분열의 책임을 오롯이 뒤집어쓰게 될지 모른다. 또 당선된들 국민 앞에 얼마나 당당할지 의문이다. 문재인 당 대표의 포용력도 문제지만 금배지를 달기 위해 정당을 헌신짝처럼 바꾸는 일은 극복해야 할 후진적 행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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