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희 할머니(82·부산시 부산진구)는 19일 자신의 집을 찾은 류길재 통일부 장관에게 “이산가족 상봉에 애써 달라. 희망을 가지고 기다리고 있다”며 더이상 말을 잊지 못했다. 평양 출신인 이 할머니는 6·25전쟁 때 남편과 함께 피란해 부산에 정착했지만 북에 남은 부모 형제를 잊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얼어붙은 남북 관계로 북측 가족과 상봉할 길은 아득해 보인다. 남측 이산가족 중 이 할머니처럼 70세 이상 고령자가 80%를 넘는다.
○ ‘이산가족 해결’ 만족도는 낮아
동아일보와 고려대 정부학연구소의 ‘2014 대한민국 정책평가’에서 통일부의 ‘이산가족문제 해결정책’의 평균 점수는 3.3점으로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효과성(2.6)과 만족도(2.8)에서는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산가족 문제의 실질적인 진전이 없었기 때문이다. 평가단은 “이산가족 문제가 일관성 있게 추진되기보다는 (남북의) 정치 상황 변화에 많이 좌우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평가단은 △80대 이상을 대상으로 한 긴급특별 상봉 추진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 상시 운영 △화상 상봉 실시 △서신 교환의 상시화 및 장기 가족방문 형식으로 가족재결합 등을 도입해 정책의 효과성과 만족도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권고했다.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 및 국제화 정책’은 3.3점으로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역시 효과성(2.6)과 만족도(2.8)에선 낮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개성공단 폐쇄 사태 이후 제자리를 찾지 못했다고 평가한 것. 북한은 최근 5% 이내였던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의 최저임금 인상률 제한 규정을 삭제했다고 일방적으로 주장했다. 향후 임금협상에서 높은 인상률을 한국 측에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평가단은 제도 개선과 당국 간 협의기구의 상설화·제도화를 위한 구체적 사업 진행 노력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대북 인도적 지원확대 및 호혜적 교류협력 활성화’에 대한 평가점수는 3.2점으로 비교적 긍정적이었다. 정책의 만족도(2.6)는 낮았다. 평가단은 “남북 경제협력 중단과 천안함 폭침 사태 등 도발로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평가 제출 시점이 지난 뒤인 11월 말 평가단이 지정한 세 항목 외에 ‘탈북민 성공 정착을 위한 취업 및 재산형성’을 항목에 추가해 달라며 관련 자료를 보냈다. 통일부 관계자는 “탈북민 맞춤형 직업교육, 북한이탈주민 취업박람회 개최 등 정치적 상황과 무관한 탈북민 지원 정착에 꾸준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전했다.
○ 호평받은 ‘한중 관계, 다자외교’
외교 분야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은 정책은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 내실화 및 신뢰증진’(3.4점)이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올해 7월 북한보다 먼저 한국을 방문했고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정상회담 6회, 외교장관회담 6회 등 역대 정부 최다의 양자대화를 했다는 기록이 이를 증명했다. 한미, 한중 관계 병행 발전도 주목받았다.
‘정책의 목표가 명확한가’라는 질문에 전문가는 60%가 “그렇다”고 답한 반면 일반인은 37.5%만 “그렇다”고 답해 2배 가까이 차이 났다. 의견수렴 과정 참여기회도 낮았다는 답변이 나왔다.
‘글로벌 다자외교 강화 및 유엔과의 파트너십 증진’ 정책에 대한 평가(3.4점)도 긍정적이었다. 이 분야에선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진출 △북한 인권, 일본군 위안부 문제 공론화 △에볼라 보건인력 파견 등이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외교정책 대부분이 ‘투명성’ 부분에서 가장 낮게 평가받아 국민 참여 확대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는 국방, 통일을 포함한 외교안보정책 전반에서 나타난 문제이기도 하다. 이번 정책평가에서 외교안보정책은 평점 3.3(5점 만점)을 받아 사회복지(3.2) 경제정책(3.0) 교육문화(2.9)보다 상대적으로 점수가 좋았다. 하지만 평가를 한 전문가들은 “북한 문제나 일본 과거사 등 현안이 남아 있지만 외교안보정책이 국민 실생활과 거리가 있어 상대적으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분석했다. 일반인들이 ‘잘 몰라서’ 높은 점수를 줬다는 뜻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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