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MB와 ‘녹색 앙금’ 풀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5일 03시 00분


코멘트

[유엔 외교무대 선 朴대통령]
녹색기금 1억달러 출연 계기… ‘녹색 지우기’ 정책 변화 주목

박근혜 대통령과 MB(이명박 전 대통령)의 ‘앙금’이 풀린 것인가?

박 대통령이 23일 유엔 연설에서 녹색기후기금(GCF)에 최대 1억 달러(약 1040억 원)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하자 ‘녹색성장’에 대한 현 정부의 태도 변화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GCF는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와 더불어 이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녹색성장’의 대표적인 성과물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 현 정부 출범 이후 ‘녹색성장’은 금기어나 마찬가지였다. 대통령직인수위는 청와대의 녹색성장기획관실을 없애고 이를 기후변화비서관으로, 다시 기후환경비서관으로 변경했다.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는 총리 직속으로 격하했고 파견 공무원도 70여 명에서 절반 이하로 줄었다. 정부 공문서나 부서명에서 ‘녹색성장’ 단어는 ‘녹색창조경제’ ‘기후변화대응’으로 대체됐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MB 브랜드’ 지우기 차원으로 해석됐다.

그런 ‘녹색’ 문제가 박 대통령의 유엔 연설에서 중심 의제가 돼 관심을 끌게 된 것이다. 박근혜 정부도 ‘녹색성장’에 해당하는 정책은 꾸준히 펼쳐왔다. 내년부터 시행할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가 대표적이다. 북한 나무 심기를 통한 남북 화해협력 추구라는 MB 정부의 ‘그린 데탕트’도 수용했다. 녹색성장위에 몸담았던 인사는 “사실상 녹색성장 정책인데 이름을 그대로 부르지 못해 ‘호부호형’을 금지당한 홍길동 같은 신세”라고 말했다.

다만, 녹색성장 단어에 대한 ‘저주’가 풀리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4대강 부실공사에 대해 문제제기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4대강=녹색성장’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또 초기 투자액에 비해 효과가 천천히 나오는 기후변화 정책의 특성 때문에 녹색성장 정책을 지속할 동력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녹색앙금#이명밥#녹색성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