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불허 주식시장에 과학 접목… 월街 인물들 이야기도 재미 쏠쏠

블랙-숄스 모형 덕분에 전 세계 주식시장은 차원을 달리하는 성장세를 기록할 수 있었다. 그런데 사실 물리학이 증권가에 스며든 것은 그보다 훨씬 오래전 일이다.

이런 질문이 주식시장을 이해하는 데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술 취한 남자가 바로 주식이다. 앞의 질문은 ‘만약 어느 가격에서 출발한 주가가 100번 혹은 1000번의 무작위 행보를 한 뒤 도달하는 지점은 어디일까’로 다시 쓸 수 있다. 물리학을 공부하며 사물의 움직임과 변동성의 원리를 익힌 바슐리에는 주가가 무작위 행보를 할 때 일정 시간 후 특정 가격에 이를 확률이 종 모양의 정규분포를 따른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오늘날 많은 사람이 달이 차면 기운다는 자연법칙처럼 받아들이는 주가의 무작위 행보는 이렇듯 100여 년 전 한 물리학자에 의해 생명을 얻었다.
그 다음 발전사도 물리학자가 이어 썼다. 1916년 미국에서 태어난 모리 오즈번은 천체물리학을 공부했다. 그는 어느 날 월스트리트저널에서 수천 개에 달하는 주식시장 데이터가 나열된 지면을 보다가 이 숫자들이 무작위로 움직인다는 점을 간파했다. 하지만 정규분포를 이루는 것은 주가가 아니라 주가 간 차이를 비율로 나타낸 수익률이라는 점을 발견해 한 걸음 진보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덕분에 주식시장은 또 한 번 진화했다.
책은 수학과 물리학, 경제학과 금융공학을 종횡무진 넘나든다. 이 저자가 아니라면 누가 쓸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저자는 하버드대 물리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한 후 7년 만에 물리학, 수학, 철학 박사 학위를 받고 20대에 교수가 됐다. 물리학이 금융과 경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주요 인물 위주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주식과 금융 시장에 대한 기본 지식이 있다면 더 수월하게 읽히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인물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최한나 기자 h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