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사건 겪고도 가혹행위 계속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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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일병 사망 파문 확산/軍 축소은폐 의혹]
전역날 투신한 李상병의 소속부대인 제2탄약창 경비2중대
피해자 아버지 신고로 수사 착수… 육군 “폭행-암기강요 9명 적발”

선임병들의 가혹행위로 얻은 정신질환 때문에 전역 당일 목숨을 끊은 병사의 소속 부대에서 비슷한 가혹행위가 또 적발됐다. 육군 관계자는 “올 4월부터 8월까지 육군 제2탄약창에서 선임병 9명이 폭력, 강제추행, 암기 강요, 후임병 카드 사용 등 가혹행위를 후임병 13명에게 저지른 사실을 적발했다”며 “선임병 3명은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4명은 불구속 입건, 2명은 징계할 예정”이라고 7일 밝혔다.

육군은 4일 피해 병사의 아버지로부터 “아들 중대의 병영 부조리를 해결해 달라”는 전화를 받고 수사해 이 같은 가혹행위를 적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자인 A 병장 등은 후임병들의 나라사랑카드(급여카드)로 20여만 원을 결제한 뒤 갚지 않았고 창고에 가두거나 서열 암기를 강요하는 등 괴롭힌 것으로 조사됐다. 또 ‘간부에게 고자질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했으며 생활관에서 자신의 성기를 보여주면서 성추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가혹행위가 적발된 중대는 본보가 4일 보도한, 전역 당일 자살한 이모 상병이 근무했던 경비2중대다. 이 상병도 선임병 70명의 군번을 외우라고 강요받았으며 외우지 못하면 근무시간 내내 군홧발로 정강이를 차이고 수시로 폭행당하다 정신이상 증세까지 보였다. 하지만 간부들의 별다른 조치는 없었다. 해당 부대는 “이 상병의 사망진단서가 전역일 밤 12시를 4분 넘겨 발급돼 사망 당시 그의 신분은 민간인이었다”는 논리를 내세워 부대 내 가혹행위가 있었는지 조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상병이 자살한 지 25일 후 같은 부대에서 비슷한 가혹행위가 또 드러나 군에 대한 불신과 비난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육군은 이날 올 6월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던 22사단에서 3월에도 한 병사가 군 생활이 힘들다는 이유로 목을 매 숨진 사실을 뒤늦게 밝혔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군대 자살사건#군 가혹행위#육군 제2탄약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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